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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3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새 정부의 강력한 안전 기조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국정감사 시기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올해 증인·참고인 명단을 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8곳이 포함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SK에코플랜트를 제외한 주요 건설사 대표이사들이 여의도 국회로 소집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아직 최종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최고경영자(CEO) 대거 소환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업계에 크다. 올해만 해도 10대 건설사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랐던 탓이다. 특히 전체 산업재해의 절반 가까운 사고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국토교통위원회는 물론 환경노동위원회의 질의와 문책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대로 건설사 '안전 옥죄기'는 이미 현실화했다. 대통령 지침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이달 15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연간 3명 이상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법인에는 영업이익의 5%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고, 영업손실 기업이라도 최소 30억원을 물리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나아가 중대재해가 반복된 건설사에 대해서는 노동부가 관계 부처에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까지 신설된다. 최근 3년간 영업정지를 두 차례 받고 다시 사고가 발생하면 신규 사업, 수주, 하도급 등 모든 영업활동이 차단된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 건설사는 중대재해 발생 시 '사고 건설사'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주요 건설사 CEO들이 대거 불려 나올 경우, 예상되는 장면은 어렵지 않다. 날 선 질책과 사과 요구→대책 촉구→개선 노력 점검이 이어지고 또다시 지적이 쏟아질 것이다.
물론 건설 현장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안락한 집을 나서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들이 더 이상 목숨을 담보로 일하지 않도록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다만 '안전'을 명분으로 원색적 비난만 난무한다면, 산업 전반을 옥죄는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국정감사가 특정 기업을 단죄하는 '낙인의 장'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감사가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산업 안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건설사 역시 책임을 회피하기보다 제도 개선과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 국정감사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건설사를 향한 질타에만 머물지 않고, 기업·정부·국회가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된다면 이번 국정감사는 산업 발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사고를 줄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안전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새 정부 첫 국정감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