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위원장 30일 자동 면직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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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통과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병화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출범 17년 만에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 이를 두고 구조적 문제 해결 없이 간판만 바꾼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방통위 폐지로 면직을 앞둔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자신을 노린 "표적 법령"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방통위를 폐지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오는 30일 국무회의에서 법안이 공포되면 방통위는 공식적으로 폐지되며, 기존 방통위 기능에 유료방송 정책까지 포괄한 방미통위가 곧바로 출범 절차에 들어간다. 기존 법안에서 내년 8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이진숙 위원장도 자동으로 면직된다.
방통위는 지난 2008년 방송 공공성과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야심차게 출범했다. 여야 합의제 기구를 표방하며 상임위원 5명 가운데 2명을 야당 몫으로 배정하고, 임기는 3년으로 보장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여야가 방통위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며 정쟁 수단으로 전락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위원 후보를 지명하지 않았고, 민주당 역시 더는 후보를 추천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이동관·김홍일 등 신임 위원장을 임명하면 야당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이들은 모두 자진 사퇴했다.
이처럼 극단적 파행을 겪은 방통위는 지난해 7월부터 '2인 체제'로 운영됐다. 최소 의사 정족수인 3인도 충족하지 못한 채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것이다. 정부는 이에 "특정 정당이 방통위를 장악하기 어렵게 하는 방식으로 공영성을 강화하겠다"며 방통위 위원 정족수를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4명 등 7명 체제로 바꾸는 개편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구의 권한 배분이나 구조적 개편 방안은 모호하다. 여야 합의를 명확히 보장하는 장치가 없어 정치적 대립에 따른 위원 임명 지연, 정족수 부족, 기능 마비라는 악순환이 재현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방미통위 역시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향후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소속의 한 의원은 "자동차가 고장 났다고 수리 없이 아예 폐차해 버리는 꼴이다. 정치 개입 요소를 해결하지 않은 채 위원회만 없애는 것은 책임 전가로 보여진다"고 꼬집었다.
직원 승계 과정에서 정무직만 제외해 '표적 입법'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새 법안은 '방통위 소속 공무원(정무직은 제외한다)은 방미통위 소속 공무원으로 본다'는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현재 방통위의 정무직은 이 위원장이 유일하다. 이 위원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과 통신 사이에 미디어라는 점 하나 찍고 방통위를 없애버렸다. 방통위와 방미통위의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왜 정무직은 면직이 돼야하는지 설명도 없는, 저에 대한 표적 입법이자 구멍투성이인 '치즈입법'"이라고 반발했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간판만 바꾼 것일 뿐 내부 체질 개선은 빠진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방송통신분야 한 전문가는 "방송통신 분야의 변화된 환경에 걸맞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식의 개편이 아닌, 단순한 명칭 교체는 실효성이 없다"며 "독립기구 개편은 사회적 합의나 공론화 없이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며, 조심스럽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