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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올 추석 단 한 편을 고른다면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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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9. 30. 12:58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신작…정교한 심리 묘사와 유장한 서사 여전
디캐프리오·숀 펜·베네시오 델 토로 등 명배우들의 호연도 볼거리
트럼프 정부의 反이민 정책 직격 메시지 더해져…15세 이상 관람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찌질하고 무기력한 중년남 연기는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 폭소와 연민을 동시에 자아낸다./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올 추석 극장가의 '신작 차례상'도 다소 빈약하다. '베테랑2'가 고군분투했던 지난해와 비슷하다. 철 지난 조폭 코미디를 나름 영리하게 변주한 '보스' 등이 있지만, '어쩔수가없다'의 독주를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천만다행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미국 국경 지대의 이민 수용소를 급습하고 자본주의의 심장인 은행을 공격하는 지하 조직 '프렌치 75'의 조직원 '펫'(리어나도 디캐프리오)과 '퍼피디아'(테야나 테일러)는 혁명의 불꽃처럼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다. 그러나 '프렌치 75'를 추격하는 군인 '록조'(숀 펜)가 '퍼피디아'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펫'과 '퍼피디아'의 관계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평범한 가정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 '퍼피디아'가 자취를 감추자 분노한 '록조'에 의해 조직은 와해된다. 생존을 위해 딸 '샬린'과 도피한 '펫'은 '밥'으로 이름을 바꾼 뒤 새 삶을 꿈꾸지만 16년이 흐른 지금, 마약과 술에 절어 살고 있다. '윌라'로 개명한 '샬린'은 아버지와 달리 가라테 도장을 운영하는 '세르히오'(베니시오 델 토로)의 지도로 수련을 이어가며 건강하게 성장했는데, 백인 우월주의자 모임의 가입을 앞둔 '록조'가 불법 이민지들을 단속한다는 명목 하에 무슨 이유 때문인지 '윌라'를 납치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 숀 펜(오른쪽)이 연기하는 '록조'는 지하 조직 '프렌치 75'의 궤멸을 노리면서도, '프렌치 75'의 조직원 '퍼피디아'(왼쪽)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매우 양면적인 성향의 군인이다./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다음달 1일 개봉하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추격 블록버스터'란 장르 소개보다, 제작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을 믿고 보면 훨씬 재미있을 작품이다.

시나리오와 연출을 겸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펀치 드렁크 러브' '마스터' 등 내놓은 작품마다 평단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는 거장이다. 집요하고 때로는 잔인하게 느껴질 만큼 인간의 복잡다난한 내면을 파고들면서도, 유장한 흐름의 서사마저 놓치지 않는 실력 덕분에 할리우드의 몇 안되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남자 주조연 삼총사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꽃미남' 하이틴 스타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연기파의 대명사가 된 디캐프리오를 시작으로 이미 대배우의 반열에 오른 숀 펜은 물론, 언제 봐도 속내가 궁금해지는 눈빛의 소유자인 베니시오 델 토로까지 누구 하나 빼 놓을 것 없이 쟁쟁하다.

이들이 빚어내는 시너지 효과는 뒷골이 얼얼해질 만큼 강렬하다. 감독이 일필휘지로 그린 밑그림에 배우들마다 경쟁적으로 다채로운 색상을 더해, 추적극의 숨 막히는 재미와 더불어 부녀지간의 끈끈한 사랑에서 우러나는 정서적 감흥과 등골이 서늘해지는 결말부의 여운까지 골고루 제공한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퇴행적인 반(反) 이민 정책과 인종 혐오 정서를 정면으로 직격하고 통렬하게 비판하는 주제 의식이 선명하게 얹어지면서 파괴력은 배가된다. 극장 안 불이 꺼지기 전까진 2시간 42분이란 러닝타임이 살짝 부담스럽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나면 그 부담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이유다. 15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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