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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방사청, 보안감점 번복”...“법적 대응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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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5. 10. 01. 09:43

- 차세대 이지스함 사업 앞두고 ‘HD현중 벌점 연장’ 발표
- 근거없이 이미 종결된 사안에 행정 번복…
- 방위산업 신뢰 흔드는 위험한 선례
1001 KDDX
지난 5월 부산에서 개최된 국제해양방위산업전시회(MADEX)에서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사진 중앙)이 HD현대중공업 부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주원호 부사장(HD현대 특수선사업대표, 오른쪽)과 최태복 상무(특수선 사업부. 왼쪽)로 부터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 미래형 전투함, 무인전력 지휘모함 등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 20250528 사진=구필현 기자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HD현대중공업의 보안사고에 따른 보안감점 적용 기간을 올해 11월 종료에서 내년 12월까지로 1년 이상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판단의 변경이 아니다. 이미 수차례 공표한 기존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중차대한 시기에, 방위산업 정책의 핵심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한 데 대해 방사청은 어떠한 충분한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은 즉각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이번 사안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 형사사건의 경과와 방사청의 기존 입장

2020년 9월 24일, 울산지검은 보안사고에 연루된 HD현대중공업 직원 12명 가운데 9명을 기소했다. 이후 법적 절차는 신속히 진행됐다.
-2022년 11월 19일 : 9명 중 8명의 판결이 확정
- 2023년 12월 7일 : 나머지 1명 역시 항소심을 거쳐 최종 확정
이로써 형사 사건은 종결됐다.

방사청은 그간 관련 규정을 근거로, "동일 사건에 복수 인원이 관련된 경우 최초 확정 판결일을 기준으로 3년간 감점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 원칙에 따라 방사청은 2022년 11월 19일을 기준으로 3년, 즉 2025년 11월 19일까지 감점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당사에 공식 통보했고, 이를 대외적으로 수차례 공표했다.

△ 규정도 분명하다.
- 추가 감점 규정 : 동일 사건에 여러 인원이 관련되었을 경우, 해당 처벌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적용하고 추가 감점을 부과한다.
- 감점 기간 규정 : 2021년 12월 31일 이전에 기소된 경우, 최초 확정일로부터 3년간 감점을 한다.

방사청은 예측 불가능한 과도한 제재를 막기 위해 2021년부터 2022년 말까지 내규를 개정하며 원칙을 분명히 했다. 즉, 여러 명이 같은 사건으로 기소돼 각각 다른 판결 확정일이 발생해도 최초 확정일 기준으로만 3년간 감점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의 사건은 '하나의 사건번호'로 기소되었으며, 방사청은 이에 따라 0.5점 가중 조치를 부과했지만 최초 확정일(2022년 11월 19일)을 기준으로 2025년 11월 19일까지만 감점을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0331 KDDX_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 기본설계, HD현대중공업 제공
△ 느닷없는 번복, 설명 없는 연장
그러나 보안감점 종료를 불과 한 달 반 앞둔 시점에 방사청은 돌연 태도를 바꿨다. 이번 사건이 동일 사건이 아니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감점 적용 기간을 2026년 12월까지 연장한다고 일방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과 절차다.
- 새로운 정황이나 법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설명도 빠져 있었다.
- 당사자인 HD현대중공업에는 의견 제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행정 해석의 수정이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불공정 결정이다.

△ 공정 경쟁의 붕괴, 기울어진 운동장
이번 사안이 특히 논란을 키우는 이유는 시기다. 차세대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사업 추진 방식의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 이 같은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한다.
이미 종결된 사건을 끌어와 다시 제재를 강화한 배경은 무엇인가?
왜 하필 대형 사업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시점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가?
HD현대중공업은 이를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규정하며,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 HD현대중공업의 입장
HD현대중공업은 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미 공식적으로 모든 처분이 내려져 사안이 종결됐음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이 갑작스럽게 보안감점 기간을 연장한 것은 이중 처벌에 해당한다. 이는 기업 신뢰를 훼손하고 방위산업 경쟁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결정이다. 우리는 강력히 유감을 표하며, 재검토를 요구하는 동시에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다."

△ 방위산업 신뢰와 국익을 위협하는 행위
방위산업은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 축이다. 수십 년간 기업들은 막대한 투자를 감내하며 국가 안보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행정기관의 자의적 해석과 번복이 반복된다면, 방산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피해가 아니다.
- 국내 방산업계의 글로벌 신뢰도가 흔들리고,
- K-방산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며,
- 나아가 국가 안보와 국익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방사청은 규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이번과 같은 불합리한 결정은 방위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선례다.

△ 방사청은 즉각 재검토해야
방사청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기관이다. 그러나 이번 보안감점 적용 기간 번복은 규정의 일관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자충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행정 편의적 번복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입각한 일관된 정책 운영이다. 방사청은 이번 결정을 즉각 재검토하고, 국민과 업계에 명확하고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국방력은 단순히 무기와 병력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원칙의 문제다. 방사청이 이를 저버린다면, 그 피해는 특정 기업에 그치지 않고 곧 대한민국 방위산업 전체, 나아가 국가 안보와 국익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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