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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올해 다 이뤘다고요? 솔직히 불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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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10. 04. 08:00

영화 '승부'부터 '어쩔수가없다'까지 모두 성공
연이은 흥행에도 앞날 걱정은 일반인들과 비슷
작품 국적 안 따지는 시대…韓영화에 좋은 기회
이병헌
이병헌에게 2025년은 '승부'부터 '어쩔수가없다'까지 출연작들마다 성공을 거둬 모든 걸 다 이룬 한해로 남을 전망이다./제공=BH엔터테인먼트
영화 '어쩔수가없다' 도입부에서 주인공 '만수'의 대사처럼 이병헌은 '다 이뤘다'고 자부해도 무방할 만큼 올 한해 많은 걸 성취했다. 영화 '승부'를 시작으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3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거쳐 '어쩔수가없다'까지, 출연작마다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승승장구에 살짝 들떠있을 법도 하지만, 표정은 의외로 차분해 보였다. '어쩔수가없다'의 개봉에 맞춰 지난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병헌은 "나도 놀라울 정도로 모든 일이 잘되다 보니까, 요즘 들어 오히려 불안해질 때도 간혹 있다"며 "영화 연기를 시작한지 올해가 30년째인데, 스크린에서 언제까지 '보고 싶은 배우'로 남을 수 있을지 자문하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4일 개봉해 상영 닷새만에 100만 고지를 돌파하는 등 예상대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어쩔수가없다'를 보면 이병헌 본인의 우려와 달리, 앞으로도 당분간은 '보고 싶은 배우'로 남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재취업을 위해 황당하게도 경쟁자 제거에 나선 실직 가장, 범행 동기가 다소 불분명하게 와 닿을 수도 있는 연쇄살인범마저 설득력 넘치게 연기하는 모습에서 앞선 불안은 엄살처럼 여겨져서다.

"나락에 떨어진 평범한 인물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설득력을 지니려면 영화가 아니라 미니시리즈로 가야 할 작품이죠. 2시간여 동안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숙제였어요. 중산층에서 떨어지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가장이 (연쇄살인이란) 결단의 시점으로 달려가는 과정에서 절실한 감정을 증폭시키는 모습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과 21년만에 호흡을 다시 맞춘 '어쩔수가없다'에서 이병헌은 희비극을 자유롭게 오가는 절정의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제공=CJ ENM
이처럼 난이도 높은 줄거리와 캐릭터였지만, 박찬욱 감독이 있어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쓰리, 몬스터' 이후 세 번째로 무려 21년만에 재회한 박 감독은 여전히 온화하고 조용한 성품에 이전보다 더욱 열린 자세로 모든 이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심지어는 농담으로 던진 한마디까지도 아이디어로 채택해 이병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오죽했으면 '감독님이 귀가 얇아지셨나' 걱정할 정도였다.

극중 아내 '미리' 역의 손예진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실제' 아내 이민정과 오래전부터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는 절친한 친구 사이로 평소 잘 알고 지내왔지만,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추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배우' 손예진은 어떨지 궁금했는데 첫날 촬영이 끝나자마자 '이래서 손예진 손예진 하는구나' 싶어졌다.

"박 감독님이나 저나 (손)예진 씨 모두 운 좋게 선택하는 처지로 살고 있지만, 작품 한 편이 끝나고 쉬는 동안 '계속 놀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건 다른 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저만 해도요즘 차기작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채로 지내다 보니, 얼마전부터는 살짝 조바심이 나더라고요. 게다가 요즘은 영화계도 불황이고, 인공지능(AI) 시대잖아요. 영화속에서 기계에 설 자리를 빼앗기는 '만수'와 제지회사 직원들처럼 되진 않을지 무섭고 소름끼쳐요."

말은 이래도 '외유내강'의 자세를 잃지 않는 이병헌이다. K-컬쳐의 전도사란 책임감까지 더해졌으나, 지나친 부담감 속으로 자신을 괜히 밀어넣지 않는 현명함이 엿보인다. 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출연했을 때도 받아보지 못했던 해외 팬들의 환대를 우리 작품 '오징어 게임'으로, 그것도 10배 이상 받았다"면서 "이제는 어느 나라가 만들든 작품만 재미있으면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시대이므로, 한국 영화가 겪고 있는 지금의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다. 이제까지 해 왔던대로 열심히 연기해 좋은 작품으로 위기 탈출에 조금이라도 앞장서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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