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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지난 9월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7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정 장관이 언급한 북한의 핵 군사력 평가는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력에 대한 한미 정부의 평가와도 배치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핵폭탄을 싣고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ICBM 개발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만 남겨둔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재진입 기술은 ICBM 개발의 최종 단계다. 1만도에 가까운 고온에서도 문제없이 비행해야 하기에 기술 난도가 높다. 군 당국도 "북한의 탄두 재진입 기술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달 25일 언론 간담회에서도 "현재 정보기관 추정으로는 (북한의) 90% 이상 고농축 우라늄(HEU) 보유량을 2000㎏까지 추정한다"고 했다. 통일부는 간담회 직후 정 장관 발언 중 "정보기관 추정"이란 부분을 "미국과학자연맹(FAS) 등 전문가들 추정에 따른 것"이라고 수정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정 장관은 이미 "남북은 두 국가"라며 북한이 주장하는 '두 국가'론에 동조해 정부 내 혼선을 키워왔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거듭 부인한 바 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정 장관의 '두 국가' 주장에 대해 "위헌적 발언"이라며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통일부 장관과 통일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의 수장이 충돌하는 이례적 양상이 빚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이재명 정부 핵심 국정과제에 포함됐지만 정 장관은 북한 인권법은 물론 재단 출범에도 부정적이다.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됐지만 9년간 답보 상태에 있었다.
정 장관의 이런 일련의 발언을 보면, 그가 정치인 출신임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 하지만 그는 지금 국무회의 일원인 국무위원이다. 대통령 및 다른 부처와의 정책 일관성과 통일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정 장관의 거듭된 돌출 발언이 마냥 방치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그에 대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통령은 서둘러 혼선 수습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