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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을 3대 핵강국 반열에… 정동영 발언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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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0. 02. 00:01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지난 9월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7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의 하나가 돼버렸다"며 "냉정하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방문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북한이 스스로 전략국가라고 말하는데 전략적 위치가 달라졌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7년 전 위치와는 다르다. 그 현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핵 능력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러시아·중국과 동급이라는 의미다. 이런 발언은 북한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는 핵보유국 지위를 넘어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러·중과 같은 반열에 놓았다. 이런 논리라면 우리 정부가 견지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남북은 두 국가'라는 북한의 주장에 우리 정부가 반대해서는 안 되며, 소용도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 장관이 언급한 북한의 핵 군사력 평가는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력에 대한 한미 정부의 평가와도 배치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핵폭탄을 싣고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ICBM 개발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만 남겨둔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재진입 기술은 ICBM 개발의 최종 단계다. 1만도에 가까운 고온에서도 문제없이 비행해야 하기에 기술 난도가 높다. 군 당국도 "북한의 탄두 재진입 기술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달 25일 언론 간담회에서도 "현재 정보기관 추정으로는 (북한의) 90% 이상 고농축 우라늄(HEU) 보유량을 2000㎏까지 추정한다"고 했다. 통일부는 간담회 직후 정 장관 발언 중 "정보기관 추정"이란 부분을 "미국과학자연맹(FAS) 등 전문가들 추정에 따른 것"이라고 수정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정 장관은 이미 "남북은 두 국가"라며 북한이 주장하는 '두 국가'론에 동조해 정부 내 혼선을 키워왔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거듭 부인한 바 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정 장관의 '두 국가' 주장에 대해 "위헌적 발언"이라며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통일부 장관과 통일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의 수장이 충돌하는 이례적 양상이 빚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이재명 정부 핵심 국정과제에 포함됐지만 정 장관은 북한 인권법은 물론 재단 출범에도 부정적이다.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됐지만 9년간 답보 상태에 있었다.

정 장관의 이런 일련의 발언을 보면, 그가 정치인 출신임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 하지만 그는 지금 국무회의 일원인 국무위원이다. 대통령 및 다른 부처와의 정책 일관성과 통일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정 장관의 거듭된 돌출 발언이 마냥 방치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그에 대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통령은 서둘러 혼선 수습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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