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합 |
백악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내 언론의 서면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어떤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는 것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기존 원칙과 목표에는 변화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북미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비핵화라는 문구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핵화 대신 '핵 동결'이나 '군축'과 같은 '스몰딜'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포기' 조건 대화 제안에 대해 '비핵화 고수'와 함께 '전제조건 없는 대화'로 역제안하면서 이제 공은 북한 쪽으로 넘어 갔다. 모든 게 북한의 호응 여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개인적으로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 한 비핵화 협상에는 임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 가운데 '좋은 추억'과 '낡은 사고방식에 집착한다면'이라는 단서 등에 비춰 일단 비핵화가 아닌 다른 목적의 만남과 대화는 가능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건 없는 대화 제시는 결국 북미 양측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돌파구를 모색하는 분위기라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전제 없는 대북 대화는 미 행정부가 자주 언급해 온 레토릭(수사)이기는 하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식적으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고 봐야 한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내민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허투루 흘리지 말고 긍정적인 검토를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