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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보수 정당 ‘원 네이션’ 지지율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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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승인 : 2025. 10. 08. 10:42

원 네이션 지지율 '두 배' 급등, 보수 연합은 '최저치'
보수 유권자, 반이민·탄소 중립 반대로 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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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네이션 대표인 폴린 핸슨 상원의원이 2021년 11월 호주 퀸즐랜드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의무 접종 반대 시위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호주 정치권에서 '폴린 핸슨의 원 네이션'의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하며 보수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호주 일간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전통적으로 보수 표밭이었던 자유-국민 연합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반이민, 탄소 중립 반대 등 강경 의제를 내세우는 원 네이션으로 대거 이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 네이션의 약진은 최근 실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9월 실시된 에센셜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 네이션의 1순위 지지율은 13%를 기록하며, 지난 5월 총선 당시의 6.4%에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이는 녹색당(11%)을 제친 수치로, 원 네이션이 사실상 호주 주요 군소 정당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야당인 자유-국민 연합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총선 당시 31.8%였던 연합의 지지율은 최신 조사에서 27%까지 떨어지며, 보수 유권자의 이탈이 심각함을 드러냈다. 특히 원 네이션은 연방 총선에서 상원 의석을 2석 추가 확보하며 상원 내 입지를 강화한 데 이어, 유료 당원 수가 총선 이후 60% 증가했다고 주장하는 등 조직적인 성장세까지 보이고 있다.

원 네이션 지지율 급등의 핵심 동력은 보수 연합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이다. 원 네이션 빅토리아주 지부장 워렌 피커링은 "(보수정당인) 자유당은 5~7년 내에 군소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공언하며, 원 네이션이 자유당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권자들을 실망시킨 주요 의제는 이민과 탄소 중립이다. 원 네이션은 강경한 반이민 정책과 기후변화 대응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 문제에 미온적이라고 느끼는 지방과 55세 이상 보수층의 지지를 흡수하고 있다. 다만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지지율이 7%에 그쳤다.

정치 평론가들은 원 네이션에 대한 지지가 증가한 것은 영국,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의 보수 운동과 맥락을 같이하는 글로벌 현상의 일부라면서, 호주 정치의 구조적 지형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원 네이션의 부상은 보수 연합 내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원 네이션으로 표가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당이 이민 축소, 탄소 중립 목표 폐기 등을 주장하며 당내 노선 투쟁을 촉발했다.

정치학자들은 원 네이션이 당장 자유-국민 연합의 "실존적 위협"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보수 연합이 다음 선거에서 어떻게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어필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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