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도쿄 릿쿄대(立敎大) 이케부쿠로 캠퍼스에서 일제 시대 한국의 대표적 저항 시인 윤동주(尹東柱·1917~1945)의 기념비 제막식이 열렸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아시아투데이 최영재 도쿄 특파원 =
10월 11일, 도쿄 릿쿄대(立敎大) 이케부쿠로 캠퍼스에서 일제 시대 한국의 대표적 저항 시인 윤동주(尹東柱·1917~1945)의 기념비 제막식이 열렸다. 이날 제막식에는 니시하라 렌타(西原廉太) 릿쿄대 총장과 윤동섭 연세대 총장, 도고하라 카츠히로(小原克博) 도시샤(同志社)대 학장 등 윤동주가 다녔던 세 대학의 주요 인사와 유족 대표 윤인석(尹仁錫)씨, 이혁(李赫) 주일 한국대사 등 한국·일본 인사들이 참석해 시인의 업적을 되새겼다. 이번 행사는 릿쿄대 측이 주최한 공식 행사로, 대학 측 일정표와 행사 안내에서 10월 11일 개최가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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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제막식에는 니시하라 렌타(西原廉太) 릿쿄대 총장과 윤동섭 연세대 총장, 도고하라 카츠히로(小原克博) 도시샤(同志社)대 학장 등 윤동주가 다녔던 세 대학의 주요 인사와 유족 대표 윤인석(尹仁錫)씨, 이혁(李赫) 주일 한국대사 등 한국·일본 인사들이 참석해 시인의 업적을 되새겼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행사는 성공회 예배와 기도로 시작해, 대학 관계자 및 유족 인사가 차례로 발언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니시하라 총장은 연단에서 윤동주가 릿쿄대 재학 당시 사용했던 편지지(백합 문양) 위에 남긴 시 초고(『쉽게 쓰여진 시』 등)가 대학 소장 자료로 전해져 왔음을 상기시키며 "이 기념비는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양심·인권·평화의 가치를 전하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대표로 나선 윤인석 씨는 큰아버지인 윤동주 시인에 대한 사적인 기억을 담담히 전하며 "결혼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큰아버지의 시와 뜻이 오늘 이곳에서 일본의 학생들에게도 전해지는 것을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인석 씨는 유족 대표로서 그간 윤동주 관련 자료와 유품 보존에 깊이 관여해 왔고, 여러 차례 한국 대학교·기념사업에 참여해 온 인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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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하라 렌타 릿쿄대 총장이 윤동주가 릿쿄대 재학 당시 사용했던 편지지(백합 문양) 위에 남긴 시 초고(『쉽게 쓰여진 시』 등)가 대학 소장 자료로 전해져 왔음을 상기시키며 "이 기념비는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양심·인권·평화의 가치를 전하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 최영재 도쿄 특파원
연세대 윤동섭 총장은 세 대학(연세·릿쿄·도시샤)이 공동으로 윤동주 정신을 계승하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하며, "순수함과 자유, 평화를 사랑한 윤동주의 정신을 우리 대학들이 함께 살려가겠다"는 취지의 축사를 전했다. 이날 연설에서는 세 대학의 협력·학술교류 확대 의지도 함께 언급됐다.
도시샤대(同志社大) 측을 대표한 고하라 카츠히로(小原克博) 학장도 연단에서 과거 도시샤대 캠퍼스에 세워진 윤동주 시비의 역사와, 시인의 기억을 지켜온 지역·학내의 노력을 소개했다. 도시샤대는 과거부터 교내·지역 차원에서 윤동주를 기념해 왔고, 이번 릿쿄대 기념비 설치는 일본 내 여러 대학에 걸친 '기념의 연결고리'가 됐다는 점이 반복해서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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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혁 주일 한국대사는 축사에서 "윤동주의 시는 국경을 넘어 읽히며, 오늘 이 기념비가 한·일 관계에서 문화적·인적 교류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이 혁 주일 한국대사는 축사에서 "윤동주의 시는 국경을 넘어 읽히며, 오늘 이 기념비가 한·일 관계에서 문화적·인적 교류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릿쿄대 학생들과 초청 한국 학생들이 일본어·한국어로 번갈아 낭독한 윤동주의 대표시(예: 「쉽게 쓰여진 시」)였다. 낭독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묵념으로 고인의 삶을 기렸다. 릿쿄대학 측은 기념비 설치를 기점으로 관련 전시 공간을 확충하고 '윤동주 국제교류 장학금'을 신설·운영할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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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릿쿄대 학생들과 초청 한국 학생들이 일본어·한국어로 번갈아 낭독한 윤동주의 대표시(예: 「쉽게 쓰여진 시」)였다. 낭독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묵념으로 고인의 삶을 기렸다. /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이번 제막식은 단지 문학사적 추모를 넘어서, 전시·장학·학술프로그램을 통해 '세대 교육'과 '한·일 학제 간 교류'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행사 말미, 참석자들은 "시인의 목소리가 학생들 사이에서 계속 울려 퍼지길" 바란다는 뜻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기념비가 양국의 미래 세대가 평화와 상호 이해를 배우는 작은 강의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