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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연정 균열, 일본 정치의 ‘전후 체제’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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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기자

승인 : 2025. 10. 12. 14:31

자민·공명 갈등 확산 속 보수 일극화 가속
연립 붕괴 시 ‘제2 질서’로의 전환 현실화 전망
화면 캡처 2025-10-12 13594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 /로이터 연합
일본의 자민·공명 연정 체제가 26년 만에 붕괴의 기로에 섰다. 1999년 이후 일본 정치는 자민당(自由民主, LDP)과 공명당(公明, Komeito)의 긴밀한 연립체제로 안정 구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25년 10월 그 '안정의 축'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정치자금 규제를 둘러싼 충돌이 표면화하면서 연립 균열 조짐이 현실화한 것이다. 일본 정치의 전후(戰後) 질서가 재편의 문턱에 선 셈이다.

갈등의 발단은 '후원금 규제 강화 문제'다. 공명당은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와 윤리 회복"을 내세워 자민당 내 파벌 정치와 불투명한 후원금 관행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자민당 보수파는 이 같은 규제가 선거자금 운용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당세 유지를 어렵게 한다며 반발을 지속해 왔다. 이 충돌은 단순한 당 정책 대립을 넘어 '정당 정치의 본질'에 대한 이견으로 번지며, 연립 관계의 균열로 이어지고 있다.

공명당은 이번 갈등을 계기로 '탈연정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창가학회 기반의 공명당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정치 윤리 강조 여론을 끌어내며 공동 정권의 제약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연립 해체 가능성은 여러 관계자 발언을 통해 흘러나온 상태다. 공명당 내부에서는 이미 '자율 노선' 복귀 시나리오가 논의 중이라는 보도도 잇따른다.

반면 자민당은 이를 '정당 분열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자민당 지도부는 당내 보수파의 입지를 강화하며 연립 붕괴를 막기 위한 대응을 모색 중이다. 특히 새 지도부 선출 이후, 공명당 이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거대 야당 중심의 수정 대응 전략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결국 자민당 내 파벌 간 역학 구도는 불가피하게 재조정의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권 기반의 불안은 여론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발표된 복수 여론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은 이전 고점 대비 상당 폭 하락한 수치가 반복되고 있다. 중의원 해산 조기 가능성도 정계 관계자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만약 해산이 현실화한다면 일본 정치는 전면 재편 국면으로 급진입하게 될 것이다.

정치학적으로 이번 사태는 1955년 체제 이래 작동해 온 '보수 본진 자민당 + 연립 보완 세력' 구조가 붕괴될 조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곧 일본의 전후 정치 패러다임의 전환 신호일 수 있다. 보수 노선의 일방성 증대와 야당 세력의 재편, 정당 정치의 다원성 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국면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네 가지다. 공명당의 최종 탈퇴 시점과 방식, 자민당 내부 보수파 간 조정력, 중의원 해산 여부와 시점, 그리고 야당의 연대 전략이다. 이 흐름이 교차하며 일본 정치가 '전후체제 이후의 제2의 질서'로 이동할지, 아니면 기존 권력 구조의 균형점을 새로 정립할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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