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평화 구상' 시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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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정치국 고위 간부 호삼 바드란은 11일(현지시간) AFP 인터뷰에서 "무기는 팔레스타인 인민 전체의 것"이라며 "하마스의 무기는 국민 방어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마스를 추방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다"며, 가자지구 잔류와 저항권 유지를 명확히 했다.
하마스의 이러한 입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평화안 2단계, 즉 하마스 비무장화와 가자 통치체제 전환의 핵심 조건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현재 1단계에서는 휴전, 인질·수감자 교환, 그리고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재배치가 진행되고 있지만, 2단계 논의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향후 통치 구조 확립을 둘러싸고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하마스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무기를 내려놓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실질적 비무장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가 트럼프 평화안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마스가 공식적으로 '공격용 중화기 포기'에 합의했다는 보도도 있지만, 실제 대상은 로켓과 터널 인프라로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국가안보 전 부보좌관 척 프레일리히는 "이번 합의는 핵심 쟁점을 뒤로 미뤘다"며 "하마스에 무기를 내려놓게 만들 유인과 강제 장치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하마스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지하 수백km에 달하는 터널 네트워크와 소규모 무장 세력의 자율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부르주 외즈첼리크 연구원은 "하마스는 조직으로서 약화됐지만 지하 도시 인프라는 해체되지 않았다"며 "무기를 거두더라도, 그곳이 남아 있는 한 재무장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무장 해제·동원 해제·재통합(DDR)' 모델이다. 북아일랜드(IRA),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튀르키예의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은 이 과정을 거쳐 평화 정착에 다가섰다.
그러나 이 모델은 수년이 걸리는 장기 협상이며, 완전한 신뢰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가자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리비아의 카다피,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포기 사례처럼 무장을 내려놓은 쪽이 다시 침략을 당한 전례는 하마스가 '비무장'을 주저하는 정치적 이유로 지목된다. 한 전직 미군 장교는 "이라크에서도 무기 회수를 위해 돈이 동원됐듯, 이번에도 경제적 보상이 실질적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 하마스에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정당한가라는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결국 관건은 '누가 보증하고, 무엇으로 보상하며, 어떤 검증 체계를 둘 것인가'다. 카타르·이집트·튀르키예 등 중재국들이 하마스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정치적 인센티브를 받았지만, 미국의 관심이 줄면 합의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