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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로이터와 필리핀스타 등에 따르면 필리핀 해경은 전날 성명을 통해 이날 오전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티투섬 인근 해역에서 필리핀 수산자원국 소속 선박 BRP 다투 파그부아야호가 중국 해경선으로부터 물대포 공격과 고의적인 충돌 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해경에 따르면 당시 파그부아야호를 포함한 3척의 필리핀 선박은 자국 어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티투섬 영해 내에 정박 중이었다. 이때 갑자기 나타난 중국 해경선과 해상 민병대 선박들이 "위험하고 도발적인 기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필리핀 해경이 공개한 영상과 사진에는 선박 번호 21559번을 단 중국 해경선이 파그부아야호를 추격하며 강력한 물대포를 직접 조준 사격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제이 타리엘라 필리핀 해경 대변인은 "상황이 악화된 것은 오전 9시 15분경으로, 중국 해경선이 파그부아야호를 향해 직접 물대포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불과 3분 뒤 같은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선박의 선미를 고의로 들이받아 경미한 선체 손상을 입혔다.
로니 길 가반 필리핀 해경 사령관은 "오늘 우리가 마주한 희롱은 우리의 결의를 더욱 강하게 할 뿐"이라면서 "물대포도, 충돌도 우리 영토를 단 1인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르코스 대통령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중국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필리핀에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해경 대변인은 성명에서 필리핀 선박 2척이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 중국 영해인 톄셴자오(鐵線礁·필리핀명 샌디 케이) 인근 해역에 불법적으로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필리핀 선박 한 척이 중국 측의 반복적인 엄중 경고를 무시하고 중국 해경선을 향해 위험하게 접근해 충돌을 일으켰다"며 "책임은 전적으로 필리핀 측에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필리핀을 향해 "즉각적인 침해와 희롱을 중단하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중국이 다시 충돌한 이번 사태에 메리케이 칼슨 주필리핀 미국 대사는 즉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제법을 무시한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위험한 충돌과 물대포 사용에 맞선 필리핀 인원들의 엄청난 용기와 기술"을 칭찬하면서 동맹인 필리핀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 8월과 9월 스카버러 암초(필리핀명 바조 데 마신록) 인근에서 발생했던 양측의 충돌에 이은 것으로 중국의 공격 수위가 점점 더 노골적이고 위험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필리핀 국방부는 "필리핀의 영토는 협상이나 재해석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필리핀이 뒤늦게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중국의 주장은 팽창주의 의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된 순전한 허구"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이번 충돌이 발생한 티투섬은 필리핀이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실효 지배 중인 9개 지형 중 가장 큰 곳으로, 민간인 어촌 공동체까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불과 20km 떨어진 곳에는 중국이 활주로까지 건설한 인공섬 기지 '수비 환초'가 위치해 있어, 양측의 군사적 긴장이 상존하는 곳이다.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이 지역이 미·중 패권 경쟁의 대리 전쟁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와 긴장도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