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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 등에 따르면 전날 파키스탄에선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향하던 시위대를 경찰이 막아서면서 벌어진 충돌로 경찰관 1명을 포함해 최소 5명이 숨지고, 양측에서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13일 새벽 동부 대도시 라호르에서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향하는 길목인 무리드케 마을에서 발생했다. 이슬람 극우 정당인 '테흐리크에라바이크 파키스탄(TLP)'이 주도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도로를 막기 위해 경찰이 설치한 대형 컨테이너 바리케이드를 제거하려 하자 경찰이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한 작전에 돌입하면서 상황이 격화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먼저 경찰을 향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또 3시간 넘게 충돌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시위대가 40대가 넘는 차량에 불을 질렀고 이 공격으로 경찰관 1명과 시위대 3명, 길을 지나던 행인 1명이 숨졌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반면 TLP 측은 경찰이 평화적인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면서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TLP는 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지도자인 사드 리즈비 역시 이번 충돌 과정에서 세 발의 총상을 입고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리즈비는 총성이 들리는 배경 속에서 촬영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경찰은 발포를 멈추라. 우리는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TLP가 주도하는 '장거리 행진'의 일부다. 지난 10일 라호르를 출발한 이들은 약 400km 떨어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파키스탄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고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번 행진은 미국이 주도한 가자지구 휴전 합의가 발표되기 전부터 계획된 것이다. TLP의 지도자 리즈비는 "우리의 행진은 이스라엘의 만행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이전에도 이스라엘 제품 불매 운동을 벌여왔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TLP는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 수호를 단일 강령으로 내세우며 2018년 총선에서 두각을 나타낸 극우 정당이다. 이들은 이전에도 이슬람 경전인 쿠란 소각 사건 등에 항의하며 대규모 폭력 시위를 주도해 왔다. 파키스탄 정부에겐 '골칫거리'가 되어왔다.
정부는 시위 시작 전부터 주요 도로를 봉쇄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탈랄 차우드리 내무부 차관은 "가자지구에 평화가 찾아온 것을 축하해야 할 때, 왜 TLP가 폭력을 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시위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은 100명이 넘는 시위대를 체포하고 숨어있는 시위 지도부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사관은 이미 지난주 시위 예고에 따라 자국민에게 안전 경보를 발령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