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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군이 국경 분쟁 지역인 반테아이메안체이주 프레이찬 마을을 향해 지난 금요일 밤부터 '비열한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태국군이 야간에 대형 확성기를 캄보디아 마을 쪽으로 향하게 한 뒤 마치 귀신이 우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와 전투기가 이륙하는 듯한 굉음을 밤새 반복적으로 송출했다는 것이 캄보디아 국방부의 주장이다.
캄보디아 인권위원회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낸 긴급 서한에서 "이러한 행위는 특히 여성·어린이·노인과 같은 취약 계층에게 불안과 고통, 수면 방해를 야기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라며 "문명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매체에 따르면 현장에 파견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임시 감시단 역시 이 소음을 직접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심리전은 지난달 17일, 태국군이 분쟁 지역에 철조망을 설치하려다 캄보디아 주민들과 충돌해 3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유혈 사태 이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의 물리적 충돌이 이제는 상대방의 신경을 긁는 '심리전'으로 번진 셈이다.
캄보디아는 태국의 도발이 소음 공격에 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이 휴전 합의를 위반하고 국경 지역에 병력과 장갑차, 중화기를 지속적으로 증강 배치하고 있다"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는 지난 7월 맺은 휴전 협정과 2000년 양해각서(MoU)를 위반한 "심각한 주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태국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국경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귀국하는 '엑소더스(대탈출)'도 현실화 되고 있다.
이달 초 캄보디아 노동부에 따르면 국경 분쟁이 격화되기 전 태국에 체류하던 120만 명의 캄보디아 노동자 중 약 65%에 달하는 78만 명이 신변에 대한 불안과 국경 폐쇄 시 불법 체류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캄보디아로 돌아왔다.
이로 인해 농업과 축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에 직면한 태국은 기존 노동자들의 취업 허가 기간을 연장하고, 스리랑카 등 다른 국가와의 신규 노동 협약을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