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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인도네시아 의회가 시위로부터 불과 한 달 만인 지난 3일,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휴회기 수당'을 기존 4억 루피아(3448만 원)에서 7억 루피아(6034만 원)로 두 배 가까이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휴회기 수당'은 의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 동안 의원들이 각자의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활동하는 것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이다. 1년에 약 5차례 지급되는 이 수당만으로, 의원 1인당 월급 외에 추가로 연간 35억 루피아(3억 205만 원)라는 거액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의회 감시 비영리단체 포르마피의 루시우스 카루스 연구원은 "마치 인도네시아 국민 전체가 몰래카메라에 당한 기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시위를 통해) 주택 수당을 폐지시킨 것에 만족했지만 사실 그 뒤에서는 또 다른 환상적인 수당이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이번 수당 인상이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더 큰 배신감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불과 한 달 전 벌어진 시위 과정에서의 비극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인도네시아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월급 외에 월 1억 루피아(862만 원)에 달하는 주택 수당 등 각종 특혜를 누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시위가 촉발됐다. 이 시위는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 장갑차에 시위에 참여하지도 않은 오토바이 배달 기사가 치여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됐다.
국회의원들의 특혜에 반대하는 시위는 결국 인도네시아 38개 주 중 32개 주로 확산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10명 이상이 사망하고 5000명이 체포되는 등, 20여 년 만에 최악의 유혈 소요 사태로 기록됐다. 사태가 악화하자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일부 의원 특혜를 폐지하고 재무장관 등을 경질하며 겨우 사태를 수습했다.
수프미 다스코 아흐마드 국회부의장은 로이터에 "이것은 인상이 아니라, 2019~2024년 기간을 기준으로 책정됐던 기존 수당을 최근의 물가와 교통비 상승을 반영해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지난 5월 재무부의 승인을 받았고 의원들이 아닌 의회 사무처가 여러 측면을 검토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투명성 확보를 위해 디지털 보고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 대국임에도 수천만 명이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8월 벌어진 시위도 이런 현실에서 특혜를 누리는 국회의원들과 고위 공직자들,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이다. 피로 얼룩졌던 이 시위 한 달만에 다시 터져 나온 '셀프 인상' 논란이 가까스로 잠재웠던 분노의 불씨를 다시 지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