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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가자 평화정상회의 불참…‘정치적 셈법’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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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기자

승인 : 2025. 10. 14. 11:01

"이집트 당국, 참석 자제 요청 가능성도"
화면 캡처 2025-10-14 104235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바라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연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에 초청받고도 불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표면적 이유는 유대교 명절 일정이지만, 실제로는 중동 내 외교 역학과 국내 정치 계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선으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한 뒤, 회의 참석이 조율되는 듯했다. 그러나 총리실은 곧 "연휴 일정상 참석이 어렵다"며 불참을 통보했다. 이스라엘은 유대교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초막절의 마지막 날 '심하트 토라'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가 하마스 인질·수감자 교환 직후 열린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가자 평화 구상'의 핵심 회의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정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튀르키예와 이라크 등 이슬람권의 반발이 결정적 요인이 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튀르키예 외교 소식통은 AFP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네타냐후 총리가 참석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언론 사바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네타냐후 참석 소식을 듣고 일시적으로 착륙을 연기했다"며 "그의 불참이 확정된 뒤에야 샤름엘셰이크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정부 역시 '네타냐후가 참석하면 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당국이 이런 기류를 감안해 사실상 참석 자제를 비공식적으로 요청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동 정세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이집트는 회의의 상징적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려 했고, 네타냐후의 참석은 회담의 초점을 흐릴 위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가 아랍권 정상들, 특히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같은 자리에 앉는 것은 연립정부 내 강경파의 반발을 부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가 '우익 정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불참을 택했다는 것이다.

결국 네타냐후의 불참은 '외교적 배려'보다는 '정치적 회피'로 비칠 여지가 크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가자 평화 프로세스가 일부 진전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지도자가 핵심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상징적 부담으로 남았다.

한편, 이번 회의 불참 파장은 중동 내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 14일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계획이 언론에 유출된 직후 취소됐다. 무슬림 최대국이자 이스라엘과 수교하지 않은 인도네시아는 최근 튀르키예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아랍권 내부의 정서적 연대가 다시 강화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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