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가 제재 회피 통로로"…러 부품 교역 거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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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슬라브 블라시우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특별보좌관(대러 제재 담당)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의 제재 시스템이 국가별 집행 구조로 인해 균열을 보이고 있다"며 "EU 차원에서 더 강력한 수출통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라시우크는 세르히 키슬리차 외교차관과 함께 지난주 키이우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대사단 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우회해 무기 제조용 부품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각국 정상과의 통화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며 전력망의 절반 이상을 파괴했다. 공격에 동원된 폭약 탑재 드론과 미사일 잔해는 현재 우크라이나 군 전문가들이 회수해 분석 중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주 "10월 5일 러시아가 발사한 500기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에서 약 10만 개의 외국산 부품이 발견됐다"며 "미국과 서유럽 국가에서 제조된 부품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특히 벨라루스를 통한 제재 회피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키슬리차 차관은 "벨라루스가 2022년 침공 당시 러시아의 병참 기지로 쓰였는데, 최근엔 드론 부품 거래의 주요 통로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서방 제재로 경제난을 겪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4일 민스크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국가 생존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알래스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만났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뒤, 공습 수위를 급격히 높였다.
블라시우크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은 제재 회피를 통해 조달되고 있으며, 암호화폐가 핵심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며 "디지털 화폐와 기존 금융 시스템이 얽혀 있는 복합적 구조를 차단하지 않으면 제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멀리 달아난 기차를 쫓아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동맹국들에 러시아의 암호자산 활용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공조 체계를 제안하고 있다. 제재 대상은 단순한 법인뿐 아니라 상표·상호 등도 포함해야 한다는 게 우크라이나의 입장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실제 소유구조를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또 러시아가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이라 불리는 유조선을 단순한 석유 수송용이 아니라 정보 수집과 위성정보시스템(GPS) 교란 등 전자전 장비 운용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U는 러시아 석유 수출 수익을 줄이기 위해 그림자 선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회원국은 자국 해역 인근에서 러시아 선박 점검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