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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도쿄로 日‘유신회’의 상경, 보수 대연합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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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5. 10. 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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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사진=연합뉴스

지역 정당의 색채를 지워가며 세 확장을 모색하던 일본유신회(日本維新會)가 도쿄 중심 정치권에 본격 상륙하고 있다. 지난주 유신회는 자민당 내 보수파 의원 그룹인 '타카이치파(高市派)'와 정책공조협의체를 출범시키며, 사실상 '보수 대연합'의 가능성을 열었다.

◇오사카 모델의 중앙 정치 이식
유신회는 오사카부를 기반으로 출범한 지역정당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전국 정당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 상징적 움직임이 바로 이번 '도쿄 상경'이다. 협의체 출범식에는 마쓰이 이치로(松井一 전 오사카시장,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지사 등 유신 핵심 간부들이 직접 참석했다. 타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전보장상은 "작은 정부, 강한 안보라는 기본 철학은 같다"고 강조했다.

유신회 측도 "지방분권을 근간으로 한 오사카 모델이 국가 수준의 개혁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이는 단순한 '협력 선언'이 아니라, 유신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중앙 정치에 뿌리를 내리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오사카 부정(府政)에서 실험한 '관료 통제형 효율 행정'과 '민영화 중심 재정개혁'을 중앙 정부에 이식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자민당 내 보수파와의 이념적 접점
유신회는 기존 자민당 주류인 '기시다파'와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타카이치 사나에 계열을 중심으로 한 보수파와는 이념적 유사성이 크다. 특히 △헌법 개정 추진 △방위비 GDP 2% 이상 확대 △대중(對中) 경계 강화 등 핵심 노선에서 거의 겹친다. 이 때문에 일본 정치권에서는 이번 협의체 출범을 "사실상 보수 진영 내 2대 세력의 공생 실험"으로 평가하고 있다.

유신회가 표방하는 '오사카 모델'의 핵심은 세 가지다. △관료보다 정치가가 정책을 주도하는 통치 구조, △행정 간소화와 규제 완화, △강한 리더십을 통한 정책 결정의 속도전 등이다. 이는 도쿄 중심의 엘리트 관료제와 정반대의 철학이다. 요시무라 부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도쿄는 여전히 관료의 도시지만, 우리는 정치의 도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치 주도형 개혁'은 일본의 기존 권력 구조를 뒤흔드는 잠재력을 가진다. 자민당 주류와의 갈등을 불사하더라도, 유신회가 '도쿄판 오사카 모델'을 관철할 경우, 내년 참의원 선거를 계기로 일본 정치의 균열선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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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오른쪽)와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가 정책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이 16일 전했다./사진=연합뉴스
◇보수 재편의 현실적 계산
정치적으로 보면, 유신회와 자민당 보수파의 연대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계산된 결합이다. 자민당 보수파는 기시다 정권 아래에서 '포스트 기시다' 구도를 주도하기 위한 세력 확장이 절실하고, 유신회는 지방정당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중앙 정치의 교두보가 필요하다.
이번 협의체는 그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러나 양측의 관계는 아직 '정책공조' 수준에 머물고 있다. 후보 조정이나 선거 협력 논의로까지 발전할 경우, 자민당 내 반발은 피할 수 없다. 요미우리신문(10월 14일자 3면)은 "자민당 내 다수파는 유신회와의 협력에 신중하지만, 타카이치 계열은 이를 기회로 본다"고 분석했다.

◇내년 참의원 선거, '보수 2극 체제' 시험대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는 이번 연대의 실효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유신회는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10개 선거구에 후보 공천을 검토 중이다. 자민당 보수파가 이들과 정책 연대를 유지할 경우, 사실상 보수 진영이 두 갈래로 나뉘는 형국이 된다. 이 경우 일본의 보수 정치 구도는 전후 처음으로 '자민-유신 양극 구조'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보수 대연합의 서막'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한 중견 자민당 의원은 "기시다 정권 이후의 일본 보수는 한 정당으로는 수습이 어렵다"며 "유신회는 새로운 보수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에 주는 의미
유신회가 주도하는 '보수 재편'은 단순한 일본 내부 정치 변화로 끝나지 않는다. 타카이치 계열과 유신회는 모두 안보 자율성 강화, 대중국 견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제도화를 강하게 지지하는 진영이다. 이들의 결속이 강화될수록 일본의 군사·외교 정책은 한층 공격적이고 독자적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로서는 '보수 내 경쟁이 곧 안보 노선의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기시다 이후 일본의 보수가 어떤 방향으로 결집하느냐에 따라, 한·일 간 안보 대화의 무게중심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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