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감정싸움 중재하는 곳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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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과 막말이 오간 끝에 국감은 결국 파행했다. 정작 국민이 주목한 원전 안전 문제와 우주 정책에 대한 질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국감은 시작부터 파행으로 향했다. 박정훈 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동료 의원에게 욕설한 점은 국민께 사과드린다"면서도 "다만 김우영 의원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김 의원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해 '개딸'의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소회의실에서 김 의원이 자신의 멱살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김우영 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그는 통화 내역을 공개하며 "박 의원에게 욕설 문자를 보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고 맞섰다. 멱살 주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박 의원이 '네가 왜 여기 들어와'라며 시비를 걸고 쌍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찌질한 XX야' '넌 한 주먹거리' 등 원색적인 표현이 오가며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여야 의원들도 가세해 고성이 오가면서 오전 국감은 개회 40여 분 만에 중단됐다.
여야 의원들의 감정싸움에 애꿎은 피감기관장들만 곤욕을 치렀다.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심의 등 현안을 보고했다. 이 자리는 최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센 노후 원전 수명연장 문제의 안전성을 따져 물을 수 있는 기회였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역시 뉴스페이스 펀드 확대와 달 탐사 프로젝트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여야 공방에 막혀 관련 질의응답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증인과 참고인들은 국회 복도에서 하릴없이 대기해야 했다.
두 의원의 갈등은 지난달 5일 박 의원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김 의원은 12·12 쿠데타를 언급하며 박 의원의 장인인 차규헌 전 장관 사진을 공개해 맞불을 놨다. 이후 사적 감정이 '욕설 문자'로 이어졌고 김 의원이 국감에서 문자를 공개해 파행의 원인이 됐다.
이날 국정감사는 두 의원의 사적 감정싸움을 중재하는 곳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