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AI 맞물려 '외교전'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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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앞선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성공적으로 이끈 데 이어, 한미일 대화·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글로벌 무대에 적극 나서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이 해내고 있다. 이번 방미 역시 한미 관세 후속 논의와 동시 진행되며, 재계가 대미 투자 카드를 쥐고 또 다시 힘을 보탤 지 이목이 쏠린다.
16일 재계 등에 따르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삼성, SK, 현대차, LG그룹, 한화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을 미국으로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말 열리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투자 유치 행사에 함께 참여하기 위해서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소프트뱅크가 오픈AI, 오라클과 4년간 5000억 달러 규모로 미국 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행사가 열리는 마러라고 리조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으로 알려져 있다. 외신에 따르면 전 세계 70여개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행사에 참여하며,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골프 회동'에 나서며 대미 투자를 독려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요그룹 총수와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김용범 대통령실 경제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 D.C로 향하는 만큼, AI 분야 뿐 아니라 전 방위 대미 투자에 관한 논의까지 대화가 진척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외교무대 전면에 나서고 있는 재계 총수들이 한미 관세 후속 협상에서도 키플레이어로 나서줄지 주목하고 있다. 앞선 7월 한미 관세협상 당시에도 주요기업 총수들은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대미 투자 의지를 피력하며 협의를 이끈 바 있다.
특히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주체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다는 평이다.
이 밖에도 전날인 15일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은 일본에서 열린 제3회 '한미일 경제대화'(TED)에 참석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긴밀히 공조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달 말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APEC 행사에서도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ABAC(기업인자문위원회)의 의장을 맡는 등 주도적 역할이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미 투자 유치가 APEC 행사를 계기로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관세 후속협상 국면에서 정부와 기업인들이 한 목소리로 '확실한 투자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이라면서 "미국이 3500억 달러 현금 투자라는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는 지금, 대화를 진척하기 위해선 양국 정재계의 신뢰를 다시 쌓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