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치료 어렵고 자살률도 남미에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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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우루과이 가톨릭교회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안락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루과이 주교회의는 성명에서 인간 개개인의 생명은 독특하고, 반복할 수 없으며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건강 상태, 민족, 성별, 문화, 사회·경제적 상황 또는 다른 그 어떤 조건에 관계없이 존중받아야 한다며 "의회를 통과한 안락사에 관한 법이 우루과이에 '죽음의 문화'를 조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교회의는 또 존엄사란 생명이 불필요하게 단축되거나 연장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죽는 것이라며 안락사 합법화가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에 반하며 죽음을 해결책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위험한 길을 열어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교회의는 우루과이의 자살률이 높고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가 쉽지 않은 점을 들어 안락사 합법화가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실제 우루과이의 자살률은 남미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아메리카대륙 사무소인 범미보건기구(PAHO)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루과이에서 인구 10만 명당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은 21.3명으로 세계 평균 10.5명에 비해 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 구분하면 75세 이상 고령층의 극단적 선택이 가장 많았고 이어 청소년, 청년 순이었다.
익명을 원한 가톨릭 관계자는 "고령층 자살이 특히 많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안락사 합법화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안락사 허가를 받기 위해선 본인의 동의와 복수 의료인의 진단 등 절차를 밟도록 했지만 편법적 극단적 선택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암시다.
우루과이 상원은 전날 안락사 합법화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을 통과하고 이첩된 법안이 10시간 마라톤 본회의 끝에 재적의원 31명 중 20명 찬성으로 상원을 통과함에 따라 이제 시행까지는 공포만 앞두고 있다.
남미에선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등 2개국이 사법부 판결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지만 국회법으로 안락사를 제도화한 건 우루과이가 처음이다.
엘파이스에 따르면 지난 5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국민의 65%가 안락사에 찬성, 24%가 반대하는 등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었지만 반대 진영은 입법 저지를 위해 마지막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상원 본회의를 방청하던 반대론자들은 법안이 가결되자 '살인자들'이라고 고함을 지르며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