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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공시’ 시행 1년 반…참여율 정체 속 제도 실효성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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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기자

승인 : 2025. 10. 20. 18:32

코스피·코스닥 전체의 5~6% 불과
"정권 교체 후 기업 참여 의지 약화"
중소기업, 투자자 기대치 부담 커
전문가 "밸류업 공시 자체가 기업 소통 의지"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지난해 하반기 잠시 반짝했던 기업가치제고 계획, 이른바 밸류업 공시 열기가 식었다. 밸류업 공시가 기대만큼 확산되지 않은 데에는 정책 연속성에 대한 신뢰 부족과 공시 실행에 따른 부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전날까지 밸류업 공시를 낸 상장사는 전체 상장사 중 6.6%(166곳)에 그쳤다. 코스피 상장사의 15.7%(128곳), 코스닥 상장사의 2.2%(38곳)만이 참여했다.

월별 추이를 보면 지난해 10~12월 사이엔 18~34건으로 급증했지만, 올해 들어선 월평균 6~7건 수준으로 줄었다.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배경으로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먼저 꼽힌다. 밸류업 공시가 전 정부의 정책 성과로 인식된 상황 속, 정권 교체 이후 기업들의 참여 의지가 눈에 띄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정부가 이 제도를 계속 추진할지 여부조차 기업 입장에선 판단하기 어렵다"며 "정책 당국의 별도 압력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밸류업 공시 관련 문의도 이번 정부 들어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공시 내용이 정량적인 목표 제시를 요구한다는 점도 기업들에겐 부담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 수준과 단기 투자 성향도 기업들이 장기 전략을 공시하는 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소형주는 자본비용(COE)이나 기대 수익률을 수치로 제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투자 위험이 높은 만큼 투자자들의 수익률 기대치가 높아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예컨대 신한지주는 COE를 10%로 제시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도 내세우는 등 주주 기대치를 명확히 반영했지만, 이는 대기업이기에 가능한 접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밸류업 공시가 기업의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보다 밸류업 공시 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은 밸류업 공시조차 하지 않는 기업은 단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의지가 크지 않다고 인식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중에서도 주주환원 등 의지가 있는 기업이라면 밸류업 공시를 통해 그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상법 개정 등과 맞물려 밸류업 공시 확산도 자연스럽게 뒤따라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도입된 '주주 충실 의무'에 따라 이제는 계열사 합병이나 자사주 처분 같은 사안에서도 주주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면서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맞춰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춘 상장협 본부장은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가 주최한 '한국 자본시장 컨퍼런스(KCMC)' 행사에서 "기업들이 기관 투자자나 주주들과 소통할 때 보여줄 수 있는 실질적 콘텐츠가 결국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이라면서 "이런 내용 없이 경영진에 대한 지지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주와 코스닥 기업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과제로 떠오른다. 실제 밸류업 공시 참여 기업을 보면 대형주 쏠림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공시 참여 비율은 코스닥, 코스피 시장 상장사의 5~6%에 그치지만, 시가 총액 기준으론 전체 시장 시총의 43.6%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공시 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가치 제고 계획에 지배구조 개선 방안도 반영할 수 있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공시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추진과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수"라며 "기업들이 기관투자자나 주주와의 적극적인 소통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해진 만큼,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활동을 적극 권고하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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