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이태원 '자유대학' 집회
아이부터 노년까지 집회 행렬 동참
시민·외국인 등 우려 섞인 시선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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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거리. 확성기가 울리고 '천멸중공(天滅中共,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망시킨다)'이 적힌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차이나 아웃"을 외치며 행진하던 시위대는 '짱개(중국인 멸칭)', '빨갱이는 꺼져라' 등 선동적인 집회 음악를 틀고 따라 불렀다. 시위대는 갓길로 지나치는 행인들을 향해 "중국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날 행진은 보수 성향 단체 '자유대학'이 주도했다. 주최 측은 집회 공지문에서 "특정 국가나 인종을 향한 혐오 발언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은 혐중을 위한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중국이 한국을 잠식하려는 고비에 놓였다"는 발언과 함께 '멸공' 구호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10대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했다. 손을 잡은 어린아이에게 구호를 외치도록 독려하는 아버지와 유모차를 밀며 행렬에 동참한 어머니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육군 장교 출신이라는 한 60대 참가자는 "중국은 만악의 근원이며 지금이 가장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약 1000명이 모였다.
혐중 아스팔트 세력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시·도 경찰청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멸공 △부정선거 △중국 △짱개 등이 집회 이름에 들어간 집회는 2023년 13건, 2024년 15건에서 2025년(1~9월) 51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시민들은 시위대를 향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10년째 이태원 거리에서 건물 관리인으로 일하는 정모씨(69)는 "자발적으로 모인 게 맞느냐. 안 그래도 경제가 힘든데 이런 시위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미국 보스턴에서 온 여행객 A씨는 '짱개', '북괴' 등의 의미를 알아채고는 "비속어인지 몰랐다. 왜 성조기를 들고 그런 말을 외치고 있냐"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말레이시아 여행객 하피즈(31)씨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하나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시위대를 한동안 바라보다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