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전략 세분화...신규고객 쑥쑥
5년만에 온라인 실적 60% 이상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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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패션 계열사 한섬의 올해 온라인 거래액은 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2500억원 수준에서 5년 만에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섬의 체질 변화는 물류에서 시작됐다. 2022년 500억원을 투자해 온라인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 '스마트허브 e비즈'를 가동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례적인 규모다. 이 센터의 연간 처리 물량은 1100만 건에 달하며, 주문부터 발송까지 걸리는 시간은 절반으로 단축됐다. 무인운반로봇이 오배송률을 80% 이상 줄였고 피킹·분류 자동화로 재고 회전율도 높였다.
한섬 관계자는 "의류는 디자인, 색상, 사이즈 별로 제품이 세분화돼 있어 물류 효율화가 까다로운 분야지만 선제적으로 단행한 투자를 통해 업계 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며 "당해 영업이익이 1021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한 해 영업이익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의 투자였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 전략도 세분화했다. 한섬은 자사 브랜드 중심의 '더한섬닷컴', 해외 브랜드몰 'H패션몰', MZ세대 전용 편집 플랫폼 'EQL'을 운영하며 고객층을 나눴다. 각 플랫폼은 UI·콘텐츠·모델 기용까지 전부 다르게 설계됐다. 쿠팡·네이버 등 오픈마켓이 대중적 접근을 강화하는 반면, 한섬은 '브랜드 경험'을 유지한 채 온라인의 편의성을 더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EQL은 한섬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2020년 론칭된 이 플랫폼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거래액 1000억원 돌파가 유력하다. 성수동 오프라인 매장 'EQL 그로브'는 개점 한 달 만에 방문객 10만 명을 기록했다. 구매 고객 평균 연령은 32세, 재구매율은 60% 수준으로 한섬의 고객 연령대를 실질적으로 낮췄다. 한섬 관계자는 "배송 편의성을 높여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규 고객층을 넓혀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옷을 '잘 팔기 위해' 한섬이 온라인을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올 2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약 78%를 차지하는 오프라인이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지만, 온라인은 3.4% 늘어 전체의 21.9%에 달했다.
글로벌 패션산업의 구조적 전환과도 궤를 같이한다. 최근 의류 시장은 D2C(소비자 직거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브랜드가 자체 온라인몰이나 전용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다. 인스타그램·틱톡 등 SNS를 통해 브랜드 공식몰에 바로 접속해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들도 D2C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면 브랜드는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고 수요를 즉시 반영할 수 있다. 한섬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아도 고객을 유인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
여유정 한섬 온라인담당 상무는 "국내 온라인 패션 시장은 글로벌 패션 기업 진출 등으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자체 콘텐츠와 40여 년 경력의 패션 전문 기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속 선보이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섬의 매출을 2030년까지 2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운 바 있다. 최근 3년간 매출이 1조5000억원 안팎에 머무는 정체 구도 속에서, 온라인은 한섬이 실적을 방어하고 다음 성장 국면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