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e 숫자보다 무탄소 전력 더 중요”
글로벌 기업, 원전 필요성에 캠페인 동참
“RE100 산단 조성, 글로벌 추세 뒤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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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업계에 따르면 클라이밋 그룹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재생에너지와 원전, 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를 100%, 24시간, 1주일 내내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24/7 CFE' 캠페인(CF100)의 개념을 구체화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계획들을 내세우고 있다.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위한 RE100 캠페인을 처음 만들어 글로벌 기업들의 큰 호응을 얻어왔던 클라이밋 그룹의 기조 변화는, 극단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의 한계점을 인정하고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의 소비로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현실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클라이밋 그룹은 지난 9월 홈페이지를 통해 "전력 조달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에 대한 온실가스 의정서 지침이 발표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와 전력 조달 기업들의 현실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RE100과 같이 숫자만 쫓는 성과 시스템이 아닌, 기업들이 24시간 전력망을 통해 무탄소 전기가 얼마나 생산·공급되는지를 입증하면 화석 연료의 대체 필요성을 없애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24시간 무탄소 전력 공급은 기업이 태양광, 풍력, 원자력, 지열 등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확대보다는 기업의 무탄소 전원 사용이 온실가스 감축에 더 현실적이라는 것으로, CF100에 원전이 포함된 것은 클라이밋 그룹의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주는 반증이라는 분석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인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보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궁극적인 목표인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RE100에 동참해 온 글로벌 기업들 역시 첨단산업과 AI 전환을 위한 에너지원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CF100으로 선회하고 있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은 SMR 개발과 원전 인수 등에 적극 나서고 있고, 클라이밋 그룹은 '24/7 무탄소 연합'을 설립하고 기업들과의 온실가스 의정서 목표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에 이재명 정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일환인 RE100 산단 조성 사업 역시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글로벌 기업 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100을 주창한 단체가 목표를 수정하고 글로벌 기업이 원전 확보에 나서고 있는데도 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업단지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 기조가 글로벌 추세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조성이 시작된 RE100 산단에는 재생에너지 외의 LNG 등 보조전원이 필수적이어서 100% 재생에너지 자립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최초의 RE100은 수소 연소, 원자력 등으로 탄소를 줄이는 방식도 인정하지 않아 클라이밋 그룹이 재생에너지만 늘리려는 그룹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구글이나 아마존, 메타 등도 RE100 탈퇴는 안 했지만 이미 다른 노선을 추구하고 있듯이, 우리 정부도 수단인 재생에너지 중심에서 탈피해 탄소 저감을 위한 에너지 정책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