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저지 나선 野… 필버 등 재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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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발표는 예고된 수순이자 이재명 정부 '3대 개혁'의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다. 추석 전 검찰개혁을 완수한 여당이 사법부로 칼끝을 돌린 것이다. 민주당은 "끼워 맞추기식 졸속 재판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며 사법부를 향한 불신을 개혁의 명분으로 내걸었다. 정청래 대표는 "사법부가 바로 서야 삼권분립이 바로 서고 나라가 바로 선다"며 이번 개혁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는 여당의 현 사법 체제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정 대표는 "12·3 비상계엄 때는 왜 침묵했나"면서 사법부의 '선택적 독립'을 문제 삼았다. 이는 사법부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독립의 무게를 달리한다는 불신이다.
개혁안의 여러 조치 중 '대법관 12명 증원'은 사법부의 지형도를 뒤집어 놓는 한 수다. 민주당은 '재판 지연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일각에서는 그 이면에 주목한다. 법안 통과 시 이재명 대통령은 총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통령의 임기 동안 대법원의 이념적 지형을 완전히 재편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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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여당의 사법개혁안을 '이재명을 위한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총력 저지를 선언했다. 장동혁 대표는 민주당 발표 직후인 약 한 시간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시작은 야당 탄압이었고 마지막은 사법부 파괴"라며 "이제 독재의 수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개혁안이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겠다는 사법장악 로드맵"이라며 대법관 증원이 "정권의 홍위병을 늘려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영원히 묻어두겠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임기 중 총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다"며 "이재명의,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에 의한 대법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 다양화 방안에 대해서도 "진짜 국민 참여가 맞나. 개딸 참여 아닌가"라며 외부인이 참여하는 법관평가제는 "판사의 재판을 공식적으로 감시하고 검열하겠다는 재판감시제와 같은 말"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이 모든 개혁안의 끝은 재판소원"이라며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국은 사법개혁안의 포탄을 품고 격랑 속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수를 바탕으로 정기국회 내 법안 처리를 공언했다. 정 대표는 "당 지도부로 입법 발의하는 만큼 당론 추진 절차를 밟아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완수에 이어 사법·언론개혁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3대 개혁'의 시간표가 본격 가동된 것이다.
야당은 결사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는 "사법부를 정권의 하청으로 만들려는 반헌법적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법치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온몸 던져 싸우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저항과 함께 모든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으로 여야 간 타협의 공간이 사라지고 정기국회는 개혁 법안 처리를 둘러싼 파행이 재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