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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과수화상병 극복을 위한 지역별 맞춤 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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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은 기자

승인 : 2025. 10. 2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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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원 농촌진흥췅 국립농업과학원 식물병방제과장
2015년 우리나라에 과수화상병이 처음 발생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안성, 천안 등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전국 39개 시군의 사과·배 생산지로 퍼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전염력이 강해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감염된 나무를 캐내어 매몰하는 방식으로 공적 방제를 해 왔다.

시간이 경과하고 발생 지역이 확대되면서 과수화상병은 새로운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점은 병원균의 유전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전형은 병원균의 DNA 지문과 같은 개념으로, 병의 특징을 밝히고 전파 경로를 추적하는 데 활용된다.

과거에는 국내에 특정 유전형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지역별로 유전형의 차이가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국내에서만 30종이 넘는 유전형이 확인됐고, 안성, 천안, 충주와 같이 초기부터 발생한 지역에서는 여러 유전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새로운 지역에서 발생한 화상병의 전파 경로를 명확하게 추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알파에서 델타를 거쳐 오미크론까지 끊임없이 변이를 만들어내며 발생 원인 추적과 대응에 어려움을 겪게 했던 사실을 상기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러한 병원균의 변화는 방제 전략의 전환을 요구한다. 발생 역사가 길고 유전형이 다양한 지역에서는 병원균의 박멸보다 발병 억제와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 억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병이 토착화되어 만연해 있고 병원균의 유전형이 다양한 관계로 이들 모두를 효과적으로 잡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지역에서는 전염원의 밀도 감소와 예방을 위한 정기적인 약제 방제가 관건이다. 특히 나무에 생긴 궤양은 병원균이 겨울을 나고 다시 퍼져나가는 근거지가 되므로 조기에 절단·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가 간 자재와 인력의 이동을 통제하여 병이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에 반해 최근에 발생해 아직 소수의 유전형만 확인되는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이 경우에는 감염원이 깊게 뿌리내리기 전의 신속한 진단 등 초기 대응과 감염된 나무를 캐어내 매몰하는 박멸이 핵심 방제 전략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외부 유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약제 방제 및 궤양 제거를 병행하면 병원균의 정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미 지역별 발생 특성에 따라 다발생·미발생 지역과 발생 초기 지역으로 구분해 맞춤형으로 방제하고 있지만 과수화상병 병원균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끊임없이 진화하고 생물학적 변이를 만드는 생물체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수화상병 방제 전략으로는 병원균의 특성과 지역별 발생 상황에 맞춘 좀 더 세밀한 맞춤형 방제가 요구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과수화상병 방제를 위한 기초자료 축적을 위해 꾸준한 발생 양상 모니터링과 다양성 분석 연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과학적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맞춤형 정보는 농가와 행정기관이 방제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한다.

과수화상병! 이제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 사과, 배 산업을 지키기 위한 지역 맞춤형 방제 전략, 과수화상병 극복을 위한 우리의 사명이다.

조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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