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K뷰티의 힘, 감성과 이야기에 달렸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022010007913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10. 22. 17:05

윤병준
윤병준 주식회사 아워덤 대표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55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같은 해 3분기까지 누적 수출액은 85억 달러로, 이미 작년 최고 수출액을 넘어섰다. 숫자에서 나타나듯 우리나라 화장품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K뷰티가 보여준 숫자는 화장품 산업의 성장 그 이상을 의미한다. 한국인의 감성과 언어, 문화가 세계를 만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앞서 이미 전 세계인의 피부에 스며들었다.

한국의 뷰티 브랜드들은 기술력만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한국의 화장품은 유난히 감성적이다. 그들이 전하는 것은 단순한 '피부의 변화'가 아니라 감정의 경험, 그리고 그 감정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언어의 힘이다.

'맑음' '결' '투명함'과 같은 언어는 한국적 미의 철학을 담고 있다. 그 속엔 "아름다움은 꾸밈이 아니라 회복이며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섬세한 가치관이 숨어 있다. 이러한 감성 언어가 K뷰티를 세계 시장 속에서 차별화시킨다. 감성 언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뿌리엔 읽는다는 것 그리고 그 언어를 다듬는 사회가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문장을 따라가며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단어의 온도와 리듬을 배우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공감의 능력을 키우고 감성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얻는다. 이런 언어적 감성이야말로 K뷰티의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정작 감성의 뿌리인 '읽는 힘', 즉 문해력은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교육부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읽기 문해력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성인의 평균 독서량은 1년에 4권이 채 되지 않으며 10명 중 절반은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 단어는 넘쳐나지만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은 줄어들고 있다.

짧은 영상과 이미지가 감정을 대신 표현하면서 생각의 호흡은 짧아지고 문장은 단순해졌다. 이는 단순히 독서량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을 섬세하게 이해하고 표현할 언어가 사라지는 현상이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명품들은 모두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샤넬의 'No.5'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한 시대의 여성관과 자유의 서사다. 디올, 에르메스, 루이 비통, 기타 수많은 명품들이 오랜 세월 쌓인 철학과 문학적 감성이 브랜드를 명품으로 만든다. 결국 명품의 본질은 제품이 아니라 서사이며 그 서사를 만들어내는 힘이 바로 언어와 감성이다. 그 언어와 감성을 다듬는 도구가 바로 독서다.

독서는 K뷰티의 미래를 위한 가장 오래된 혁신이 아닐지 생각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언어의 색을 배우고 감정의 향을 익히는 일이다. 그 과정을 통해 브랜드는 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소비자는 더 깊이 공감한다.

이제 K뷰티는 '제품'을 넘어 '감성'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하나의 또다른 문화가 되어야 한다. 그 문화의 시작은 기술이 아니라 언어이며 그 언어의 뿌리는 결국 독서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