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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억 효자 시장 흔들리나”···캄보디아 사태에 銀 글로벌 실적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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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10. 23. 18:22

캄보디아 진출 銀 6곳…상반기 순익 1700억 육박
반한 감정·경기둔화 겹쳐 하반기 순익 타격 우려

국내은행의 해외법인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사건이 잇따르고, 현지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국내은행의 동남아 전략 거점 중 하나인 캄보디아 법인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그간 캄보디아는 베트남·인도네시아에 이어 국내은행의 핵심 성장 시장으로 꼽혀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6개 국내은행 현지 법인의 순이익이 1700억원에 육박하는 등 고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순익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은행들의 글로벌 실적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캄보디아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는 국내은행은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M뱅크·전북은행 등 6곳이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이어지면서, 이들 은행은 직원들에게 안전 유의사항을 공지하고 현지 상황을 매일 점검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국내은행들의 동남아 핵심 전략지 중 한 곳이다.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데다, 젊은 인구 비중이 높아 금융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적도 우수하다. 캄보디아에 법인을 설립한 6개 은행의 당기순익 합계는 올해 상반기 1657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상반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거둔 당기순익(1777억원)의 93%에 달했다.

국민은행의 현지 법인인 KB프라삭은행은 상반기 1118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캄보디아우리은행은 작년 상반기 120억원대 적자에서 올해 151억원 흑자로 돌아서며 효자 법인으로 떠올랐다.

현지 고객 중심의 영업 구조도 특징이다. 금융감독원의 국내은행 현지화지표 평가를 보면 캄보디아 현지 법인의 고객 중 99.6%가 현지인으로, 국내은행이 진출한 모든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이는 국내은행들이 캄보디아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소액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MFI)를 인수·합병한 후, 상업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주로 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캄보디아 사태로 현지 법인의 영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최근 일각에서 '범죄 국가'로 낙인찍힌 데 대한 캄보디아인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캄보디아 내 반한(反韓) 정서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칫 한국계 기업을 향한 불신이 커질 경우, 현지 고객 비중이 높은 국내은행 법인들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제 여건도 녹록지 않다.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까지 맞물리며,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9월 캄보디아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1%에서 4.9%로 낮췄다. 김소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캄보디아를 생산기지로 삼아온 국내 기업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재성 숭실대 교수는 "사태의 내막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현지 주민 입장에선 자금 동결이나 언론 보도 등을 계기로 한국계 은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며 "현지 고객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들 법인의 하반기 실적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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