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 비해 한방 진료비 보험금 청구 성장세 ‘뚜렷’
한방진료·비급여 쏠림 현상 심화… 보험금 누수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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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4.1%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6.3%에 비해 7.8%포인트 오른 수치다.
자동차보험 점유율 상위 4개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를 살펴보면 DB손보가 95.2%로 가장 높았고, KB손보(94.8%), 현대해상(93.8%), 삼성화재(92.7%)가 뒤를 이었다. 통상 자동차보험 업계에서는 손해율이 80%가 넘어가면 적자가 난 것으로 여긴다.
업계에서 과잉의료와 비급여 쏠림 현상을 손해율 상승의 주된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과잉의료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한방진료와 관련이 있다. 한방진료는 통원 기간이 양방진료보다 길어, 보험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이러한 인식에 자동차 사고 피해자에게 브로커가 한방병원을 이용한 보험사기를 알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한방 진료비는 양방 진료비보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에 청구된 연간 양방 진료비는 2015년 850억원에서 2024년 1329억원으로 56.32% 늘어났다. 반면 한방 치료비 총액은 같은 기간 1828억에서 1조573억원으로 478.34% 증가했다.
한방 진료비의 보험금 청구 인원·건수 증가세도 뚜렷하다. 같은 기간 양방 진료비 청구 인원은 35만5900명에서 50만3100명으로 41.36% 늘어났지만, 한방의 경우 43만5700명에서 171만2500명으로 293.03% 증가했다. 보험금 청구 건수의 경우 양방은 153만4200건에서 135만3700건으로 11.76% 줄어든 반면, 한방은 1003만4700건에서 3710만4000건으로 269.75% 늘어났다.
비급여 치료 보험금 지급액도 크게 늘어나며 보험금 과다 지급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은 15조2000억원이었다. 이 중 비급여 주사제(2조8000억원), 도수치료 등 근골격계 질환 치료(2조6000억원)가 전체 지급보험금의 35.8%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암 치료(1조6000억원) 등 다른 치료 항목에 지급된 보험금을 크게 웃돈다.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과 국토부는 관계기관과의 논의를 거쳐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골자는 경상환자가 통상 치료 기간인 8주를 초과하는 치료를 원할 경우, 보험사에 관련 서류를 제출 후 타당성을 검토하게 하는 것이다. 이에 한의계는 보험사가 이른바 '셀프심사'를 하게 만든다며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무시한다는 지적을 이어왔다. 더욱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동차손배법 개정안 '원점 재검토' 방침을 표하며 보험업계와 한의업계 사이 충돌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잉의료 행위를 유발하는 경상환자 향후치료비 제도 개선을 선행해 보험금 누수를 줄이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손해율을 줄이면 최근 압박이 커지고 있는 보험료 인상을 막아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