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은행이 7월과 8월에 이어 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데다 원·달러 환율도 한때 1440원대까지 치솟으며 불안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0.9%(정부 기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미국처럼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이 맞다. 하지만 당장은 금리인하가 경기진작보다 자산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더 큰 만큼 집값과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했다. 6·27과 9·7 부동산대책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아 10·15대책까지 나온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낮출 경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구입)'과 집값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부가 추가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는데 통화정책도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금리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20일 국감에서도 "한은이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은 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이 5개월여 만에 다시 장중 1440원대까지 뛰어오른 것도 금리동결에 영향을 미쳤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등으로 원화약세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외교가 일각에서 한·미 관세협상 타결을 위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 가운데 한국이 매년 250억달러씩 8년간 2000억 달러를 미국에 현금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화약세를 부추겼다. 매년 250억 달러도 한국이 외환시장 충격 없이 연간 조달 가능한 외환규모(150억~200억 달러)를 웃돌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1.75%포인트(미국금리 상단기준)인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더 좁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달 29일(현지시간)과 12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럴 경우 올 상반기 2%포인트에 달했던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연말 최대 1.25%포인트까지 줄어들어 외국인 투자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복합적인 대내외 여건 때문에 다음 달 27일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한은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지, 동결할지 전망이 엇갈린다. 하지만 집값과 환율 안정세가 확인될 때까지 기준금리를 섣불리 인하하는 것은 피할 필요가 있다. 당장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셋째주(20일 기준) 서울아파트 매매가격은 0.5% 급등해 전주(0.53% 상승)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한은은 적어도 10·15대책의 약발을 가시적으로 확인하고, 한·미 관세협상을 성공리에 매듭짓기 전까지는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