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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 칼럼] 미·중 패권대결의 중심 AI, 미국으로 기우는 무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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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0. 27. 17:44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경주에서 열리는 APEC의 최대 관심은 과연 트럼프와 시진핑이 어떤 회담을 갖고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쏠려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세 협상 타결도 중요한 어젠다지만 미·중 무역 갈등의 해소는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희토류 수출금지와 관세 100%로 맞서고 있는 현 상황이 다소 누그러지리라 기대하고는 있지만 미·중 패권 대결이 평화적으로 해소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 미·중 패권 대결은 두 국가의 가장 강력한 미래 국가 발전 전략의 핵심 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권대결의 무게추는 어디로 기울어지고 있을까?

미국은 지난 100년간 세계 패권을 유지하며 지구 최강의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고 향후 100년도 패권 유지를 가장 중요한 국가 전략으로 생각하는 나라다. 이러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시진핑은 중국몽을 천명하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밝히고 장기 집권에 들어갔다. 이후 이를 실천하기 위해 세계 투자를 확대하고 군사력을 강화하는 등 막강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미국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미국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소련 붕괴 이후 강력한 경쟁자가 없던 평화적인 시절이 끝나고 강력한 주적이 생긴 셈이니 내부의 혼란을 단속하고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 집중할 필요성이 생긴 셈이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트럼프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캠페인을 벌였고 미국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며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현재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은 중국을 견제하며 압도적인 국가 경쟁력을 지속 확보하는 것인데 그 핵심은 바로 압도적인 AI 기술력의 확보라고 천명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반도체 기술의 굴기를 막기 위해 ASML의 EUV 장비 수출을 금지시켰고, LLM 분야의 발전 속도를 저지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최첨단 GPU 수출을 금지시켰다. 유럽이나 러시아 등 다른 어떤 국가에도 취하지 않는 규제다. 거의 모든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의 AI만이 견제 대상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AI 혁명시대를 맞아 압도적인 기술 격차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미·중 패권 대결의 확실한 승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지금까지 미국의 뜻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딥시크 충격이나 알리바바의 독자칩 개발, 화웨이의 반도체 기술 발전 등 중국의 꾸준한 추격이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독주가 미·중 간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자본의 쏠림 현상이다. 전 세계 자본은 미국의 AI 기업에 쏟아지고 있다.

2024년 6월 27일 세계 10대 AI 기업(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브로드컴, TSMC, 테슬라, 텐센트)들의 시가총액 합계를 계산했을 때 전체 금액은 2경3000조원이었다. 이날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의 시총 합계가 2500조원이었으니까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자본이 AI에 집중된 것이다. 모든 인류가 주식을 살 때 기준은 간단명료하다. 오를 것 같으면 사고 내릴 것이라 판단되면 내다 판다. 그래서 기업의 시가총액은 기업의 현재보다 미래에 대한 성장 기대치라고 할 수 있다. 2025년 10월 13일 이를 다시 계산해 보니 어느새 3경5000조원을 훌쩍 넘었다. 이뿐만 아니라 석유기업 아람코를 제외하면 1위부터 10위 기업이 모두 AI 기업들이다. 인류 전체의 미래 기대치가 AI에 쏠린 것이다. 이들 중 대만기업인 TSMC(약 2000조원), 중국의 텐센트(약 1000조원)를 제외하면 모두가 미국기업들이다. 특히 AI시대를 주도한 엔비디아는 시총 6500조원을 넘기며 압도적 세계 1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30년 전의 닷컴 버블 이후 가장 많은 자본이 단일 기술에 집중되어 있다는 월가의 분석이 실감 나는 수치다. 무려 전 세계 3경 2000조원의 자본이 미국의 AI 발전에 투자된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AI 기업들에 투자된 금액은 어느 정도일까. 올해 들어 그나마 크게 증가해서 1조 달러(1400조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TSMC나 테슬라의 시총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물론 그래도 견고한 세계 2위임에는 틀림없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누구나 엄청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더구나 자기 자본을 투자하는 일에는 더없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AI까지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AI를 선택한 것이다. 현재 보편적 인류는 미국의 AI에 3경2000조원을 투자했고 중국의 AI에는 1400조원을 투자했다. 20배가 넘는 격차, 이것이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인류의 미래 성장 기대치의 차이다. 우리나라도 미국 AI 자본의 큰 수혜를 입고 있다. 코스피 지수 2500을 수년간 횡보하던 주식시장은 이제 4000선을 넘어섰는데 이를 주도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AI 기업들과의 협력이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AI 인프라 구축이나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기업,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등 미국 AI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이 큰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생존 전략은 어떻게 AI 시대에 필요한 기업이 되느냐다. 인류 문명사회가 이렇게 묻고 있다. 미래 성장 기대치를 높이고 싶다면 당신의 AI 역량을 보여 달라고. 우리 사회가, 기업들이, 그리고 개인이 답해야 할 차례다.

최재붕 교수는…
캐나다 워털루대학 공학 박사과정을 거쳐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및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성균관대 발전협력단장,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가 위원, 문체부 문화디지털혁신협의회 자문위원, 서울시 미래혁신산업 명예시장, 신한카드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성균관대 부총장 및 산학협력단장을 역임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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