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에 잘 보이기 성공공식… 더 심해져
-대통령·행정부 권위에도 마구잡이 타격
-이 대통령 경계대상, 내부의 적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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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노총이 복귀한다는 기구는 경사노위가 아니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도하는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였다. 우 의장은 "사회적 대화를 새로운 국회의 기능으로 추가해서 국회 제도개혁까지 나아가야 한다"면서 "국회에서 일시적으로 하는 대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장실은 (사회적 대화) 전담 지원조직과 관련 예산도 내년부터 확보할 방침이라고 했다.
주체가 누구든 노사정 대화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아니다. 국회의장은 이런 일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의장의 직무를 규정한 국회법 제10조는 '의장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로 돼 있다.
간단히 말해 우리 정치권이 합의한 국회의장은 국가 의전 서열은 2위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거의 없는 모델이다. 국회의 원활한 의사 진행을 책임지는 게 업무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행정부에 전담하는 조직이 있는데도 같은 일을 국회의장이 하겠다는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경사노위는 차관급 처장을 포함, 30여 직원이 근무하는 사무처가 따로 있고 수십 년 간 사회적 대화 노하우를 축적한 곳이다.
그런데도 국회 내에 사회적 대화를 위한 조직과 예산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국정의 혼선을 초래할 뿐 아니라 행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위법 소지가 크다. 개점휴업 상태인 경사노위와 고용노동부가 황당해 할 수밖에 없다. 법에 밝은 우 의장이 이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오버'하는 것은 대권을 염두에 둔 업적 욕심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감사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데 큰 공을 세운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비슷한 의심을 받는다. 야당 추천 인사를 상임위 간사로 정하는 오랜 국회 관행을 깨뜨린 것에서 시작, 조희대 대법원장 국감장 증인 세우기 등 지난 한달 여 법사위에서 벌어진 일들은 비합리와 몰상식투성이였다.
한국 정치의 수준을 바닥이 아니라 지하까지 떨어뜨리고 정치 혐오를 심화시겼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부정적 여론에 놀란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개입했지만 "(추 위원장은) 통제가 안 됐다"고 한다. 추 위원장의 오버도 선거에서 힘을 보여준 여권 강성 지지층(개딸)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권도 꿈꾼다는 추 위원장의 '자기 정치' 욕심이 이런 과도함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추 위원장의 좌충우돌이 의도치 않은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합리적이라는 평을 듣는 정성호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다. 정 장관과 법무부의 존재감은 영 희미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정치 리더십에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
앞의 두 사람이 국회에서 각개약진하는 민주당 인사라면 정부 내에서 마이 웨이를 가는 이도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다. 정 장관이 주장하는 '남북 두 국가'론은 우리 영토를 한반도 전체로 규정하고 평화통일을 지향하도록 명시한 헌법에 어긋날 뿐 아니라 역대 정부가 견지해 온 남북한 특수관계론에도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우리 정부 차원에서 '두 국가론'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입장을 정리했다. 그런데도 통일부 장관이 통일부의 존재 이유까지 없애는 '문제 발언'을 거듭하는 이유가 뭘까. 자신을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언급한다는 정 장관이 다른 장관이나 위 실장 같은 대통령 참모 정도는 자기와는 '급'이 다르다고 낮춰 보기 때문이 아닐까. 정 장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입장이 불명확하자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과 외교안보팀 내 불만과 혼선이 커지고 있다.
우 의장, 추 위원장, 정 장관 등 세 사람의 행동 동기는 약간 차이가 있다. 앞의 두 사람이 대선 등 미래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미 대선에 나간 바 있는 정 장관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이름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게 동기인 듯싶다.
그렇지만 강한 공통점이 있다. 여권 핵심인 이들이 대통령과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의 파워와 권위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의 행보는 각개약진을 넘어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각자도생에 가깝다.
이에 대해 정치학자 박상훈 전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딸로 상징되는 민주당 팬덤 정치의 흥미로운 반전이라고 했다.
야당 시절 각종 선거에서 개딸의 파워를 목격한 여권 인사들이 집권 후 당의 위계질서나 관행은 내팽개치고 더 적극적으로 개딸들만 바라보는 정치를 한다는 것이다. 개딸에 잘 보이기 위한 자기 정치가 성공방정식이 되면서 대통령은 물론 당 대표의 말도 잘 먹히지 않는 현상이 당정관계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당정 간 엇박자, 의원들의 개인 정치가 심화되면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은 생각보다 빨리 흔들릴 수 있다. 민주당이나 이 대통령이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게 아니다. 어디서든 좌판을 깔고 자기 정치를 하려는 내부의 적을 더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 배병우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