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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희생자] 전국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율 41% 불과… ‘3년 뒤 약속’ 기다리다 병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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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 이승혁 인턴 기자

승인 : 2025. 10. 27. 17:31

노후시설 개선 2027년 이후에나 완공
조리실무사 인력 줄며 업무가중 악순환
산재 인정·치료절차 개선 등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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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조리실에서 조리 종사자가 조리업무를 하고 있다.
/제공=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학교급식실 노동자들의 건강이 수시로 위협받고 있지만, 조리 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교육청이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환기시설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완공 목표를 2027년 이후로 잡으면서 현장에서는 "3년 뒤 약속은 의미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유해 연기)'에 장기간 노출돼 폐질환을 앓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지만, 실질적인 환경 개선은 여전히 더디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교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율은 전국 평균 41% 수준이다. 지역별 편차도 커 서울은 12%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각 시도교육청은 노후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계획을 세웠지만, 대부분 완공 시점을 2027년 이후로 잡았다. 조리실무사들이 하루에도 수차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조리흄을 마시며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 계획'만 내놓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학교급식실 환경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환기시설이 부족한 조리실은 고온의 수증기와 기름 연기, 미세먼지, 세제 및 소독약품 등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쉽다. 이 같은 환경은 호흡기 질환과 피부질환은 물론 암 발병 위험까지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열악한 환경은 인력난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조리실무사의 전국 평균 근속연수는 2023년 8.44년, 2024년 8.08년, 2025년 7.80년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결원율은 전국 평균 3.2%지만, 서울(10.06%)과 제주(10.51%)는 두 자릿수를 넘는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울 강남구의 결원율은 41%, 서초구 34%, 송파구 23%에 이른다. 인력이 빠져나갈수록 남은 인력의 업무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급식실은 대규모 사업장으로 분류되기 어렵다 보니 설비나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급식실에서는 간접흡연보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 노출이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설비 기준을 강화하고, 조리 노동자가 일정 시간 이상 유해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매년 수천억 원을 투입해 환기시설 개선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공사 완료 후에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소음이 심하거나 고장이 잦아 환기장치를 꺼놓고 조리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폐암 산재 피해자들은 "환풍기 성능이 약해 기절한 사람도 있었다"며 "조리흄과 약품에 그대로 노출된 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생 점검을 앞두고 약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관행도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조리흄 흡입이 폐 손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환경 개선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장기계획이 아니라 환기시설 성능 강화와 실효성 있는 유지·관리 방안, 산재 인정 및 치료 절차 개선 등 종합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명준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 위험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 CT 검진보다 특수건강진단 대상자로 분류해 정기적인 검진과 집중 관찰을 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퇴직자에 대한 호흡기 질환 추적 관리와 함께 조리 단계를 줄이는 구조 재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설소영 기자
이승혁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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