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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멈추지 않는 눈물’…유족·상인·변호사가 돌이켜 본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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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 김홍찬 기자 | 김태훈 기자 | 이승혁 인턴 기자

승인 : 2025. 10. 28. 18:29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유족 문씨 "숨 못 쉬어…2년 넘게 거리서"
외국인 "정말 힘들어…진실 꼭 밝혀달라"
상인·담당 변호사도 "힘든 시간" 입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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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흘렀다. 참사 이후 유가족의 시간은 멈췄고, 참사를 목격한 이태원 상인들과, 유가족 곁을 지킨 변호사들 역시 기나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시아투데이는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참사의 여파를 가장 가까이서 겪어온 유가족, 상인, 변호사들을 각각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3년의 시간 동안 우리 사회의 안전 인식과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참사'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여전히 많은 관문을 거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상이 무너지고 가슴은 터질 것 같았다"…유가족들의 3년

문성철씨(58)는 이태원 참사로 아들 문효균씨를 잃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4년차에 접어든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문씨는 충격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경제적으로 당연히 어려웠지만,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아무 것도 손에 안 잡혔다"고 했다. 가장 힘든 것은 사회의 시선이었다. 아들이 죽었지만, 그 죽음이 마치 아들의 잘못인 것처럼 비춰졌다. 문씨는 "본질을 흐린 악성 루머가 퍼져나가는 모습에 숨을 못 쉬겠더라. 나와 내 아이가 죄를 지은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문씨는 지난 3년간 따뜻한 집보다 차가운 길거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한 달 동안 천막살이를 하고, 눈밭에서 소리치거나 한여름 아스팔트 바닥에서 3보 1배도 했다. 그러나 문씨는 "우리 아이는 정말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아이였다"며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3년 간 사회는 조금씩 변화했다. 최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조사를 개시했다. 문씨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재를 인정하고 행동에 나섰다"며 "유가족들이 정말 원하던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5월 새로운 직장도 구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문씨는 "아직 유가족을 수혜자 취급하는 시선이 많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부족하다"며 "다시는 길거리에서 이런 어이없는 죽음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한국 찾은 외국인 유가족들

러시아인 아르투르 박씨(67)는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한국을 찾았다. 그는 마흔이 넘어 얻은 늦둥이 딸 율리아나 박씨(25)를 이태원 참사로 잃었다. 늦은 나이에 얻은 딸이라 더욱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사고 직후 한국에 들어온 그는 딸 사진을 들고 거리를 다니며 추모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의 휴대전화 배경화면은 여전히 딸의 사진이다. 증명사진도 가지고 다닌다. 아르투르씨는 "지난 3년 동안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정말 발전되고 아름다운 나라. 그래서 당시 경호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게 더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특조위를 언급하며 "꼭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한국 방문에서 우리 유가족들은 질문에 대한 대답만 할뿐 우리의 궁금증을 풀 기회는 없었다. 한국 정부와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눈앞에는 빚더미…슬픔조차 사치였다" 이중고 시달린 이태원 상인들

이태원 지역 상인들은 참사의 피해자이자 목격자, 그리고 구조자였다. 이들은 참사 이후 정신적 충격과 함께 생계 위협까지 겹친 이중고에 시달렸다. 상인과 손님이 한데 어울려 즐기던 '핼러윈'은 이제 '악몽'이 됐다. 이태원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고병철씨(42)는 지난 3년을 "슬픔조차 사치였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고씨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잠깐 사이에 빚더미에 앉게 됐다"며 "당장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말했다.

주변 시선은 이들을 더 괴롭게 했다. 상인 역시 이태원특별법이 정한 공식 참사 피해자임에도 '원인 제공자'처럼 취급됐기 때문이다. 고씨는 "이 시기만 되면 상인이 잠재적 문제 집단인 것 같은 시선이 느껴진다"며 "경찰 수십명이 가게에 수시로 드나드는 분위기는 손님들이 꺼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태원 상권은 차츰 예전 모습을 되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힘든 시기를 겪으며 상인들이 서로 뭉쳤다. 자발적인 안전 봉사 활동을 하는 등 상권 회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고씨는 "다행히도 외국인분들이 많이 오시고 주변 상권에서 유입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참사 보며 지원 필요 느껴…2차 가해 여전히 심각" 유가족과 함께한 변호사

조인영 변호사는 3년 전을 떠올리며 "처음 유가족을 만났을 때 가족들끼리 서로 알지도 못하고, 분향소의 존재도 몰랐다. 국가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못 받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유가족들에게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 계기였다. 3년 동안 수도 없이 직면한 문제는 '2차 가해'였다.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모욕은 도를 넘어 지속됐다. 조 변호사는 "정치인들을 비롯해 일부 시민과 혐오 세력을 중심으로 2차 가해가 계속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태원특별법에도 피해자 권리에 대한 내용을 명시적으로 처음 규정했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지켜지지 못했다"고도 했다. 유가족에 대한 심리 치료 지원 계획 역시 부족하다.

그럼에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게 조 변호사의 의견이다. 특조위가 조사에 착수했고 특별법에 피해구제심의원회, 추모사업위원회가 포함됐다. 조 변호사는 "유가족 권리를 지킨다는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진전됐다고 보여진다. 최근 법원이 "특조위 조사가 끝날 때까지 재판 진행을 멈춰달라"는 연기 신청을 받아들인 것도 법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는 일부 피해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같이 기억하고 논의해야 할 참사다.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재발을 막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
최민준 기자
김홍찬 기자
김태훈 기자
이승혁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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