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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정, ‘가짜선거’ 총선 캠페인 시작…국민은 외면, 국제사회는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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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0. 29. 09:08

Myanmar Election <YONHAP NO-3673> (AP)
28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의 통합단결발전당(USDP) 양곤 지역 당사에서 군부 지지 당원들이 총선 선거운동 첫날을 맞아 슬로건 포스터 제막식을 위해 모여 있다/AP 연합뉴스
미얀마 군사정권이 자신들의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선거 쇼'의 막을 올렸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은 전날 오는 12월 28일부터 단계적으로 치러질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선포했다. 2021년 쿠데타 이후 민주 진영을 폭력으로 억압해 온 군부는 이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등 핵심 야당을 배제했다. 전국 곳곳에서 치열한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시작 전부터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가짜 선거'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군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수도 네피도와 최대 도시 양곤에서 '더 강한 미얀마'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정식을 열었다. 네피도 행사에는 녹색 당원 수백 명이 참석했고 전직 장성이자 현 군정 내각 각료들이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USDP의 킨 이 당수는 "법과 규정을 준수하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가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그들만의 리그'다. 2020년 총선에서 NLD에 압도적으로 패배했던 USDP는 이번 선거에서 1000명이 넘는 후보를 내며 제1당을 노리고 있다. 총 57개 정당이 등록했지만 NLD는 군정이 임명한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강제 해산당해 참여 자체가 봉쇄됐다.

다른 군소 정당들은 아직 거리 유세에 나서지 못하고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 벌이고 있다. 국영 방송은 11월 24일까지 매일 밤 등록된 정당들의 홍보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이번 총선은 내전과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미얀마 국민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서부 라카인주의 주도 시트웨에 사는 한 60대 남성은 AFP 통신에 "이 선거는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진짜 선거도 아니고, 아무도 지지하는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각자의 문제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마을에는 굶주리는 사람들 때문에 거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일자리도 없다. 그래서 선거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관심을 가질 시간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내전을 피해 중부 도시 만달레이로 피난 온 한 시민 역시 "투표하러 갈 것 같지도 않고, 내가 유권자 명부에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우리는 별로 관심 없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제 사회 역시 이번 선거에 대해 깊은 불신을 보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아세안 정상들과의 회의에서 미얀마 군정이 계획한 선거가 "미얀마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역시 이번 선거에 참관단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참관단 파견이 자칫 군정의 '가짜 선거'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선거가 치열한 내전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이다.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 스스로도 전국 330개 지역구 중 7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전투 때문에 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군정은 또한 전국 5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 계엄령을 유지하고 있다.

NLD를 지지하는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와 소수민족 무장단체 등 반군부 세력은 이번 선거를 전면 보이콧하고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군정이 선거를 강행할 경우, 투표소 습격 등 유혈 충돌이 발생하며 미얀마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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