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생명자원센터에서 참가자들이 뜰채를 들고 연어 포획 체험에 나서고 있다./장지영 기자
지난 27일 강원도 양양 남대천에 위치한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생명자원센터. 연어 회귀철을 맞은 물살을 거슬러 오른 연어들이 쉼 없이 몸을 움직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었고, 안내원들은 영어로 연어의 생태와 자원 복원 과정을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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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생명자원센터 부화조에 보관된 연어 수정란. 인공 수정 후 부화 과정을 기다리고 있다./장지영 기자
파마리서치는 이 자원센터와 협약을 맺고, 인공 수정 후 남은 수컷 연어의 정소에서 고순도 DNA 원료를 개발하고 있다. 버려지던 해양 자원을 고부가가치 의료·화장품 원료로 바꾸는 순환 구조다. 이렇게 얻은 연어의 생명력은 파마리서치의 대표 제품 '리쥬란'으로 이어진다.
사실 연어라고 하면 선홍빛 살결을 떠올리기 쉽지만, 현장에서 직접 본 연어는 달랐다.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른 몸은 이미 짙은 갈색으로 변했고, 일부는 비늘이 벗겨지거나 지느러미가 닳아 있었다. 먼 바다를 지나 고향 하천까지 돌아온 연어의 몸이 바로 긴 여정의 흔적이다.
연어 포획 체험도 가능하다. 기자 역시 장화를 신고 물속으로 들어가 1인용 뜰채를 들고 연어 잡기 행사에 참여했다. 뜰채 끝에 힘차게 걸린 연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강을 거슬러 오른 생명체의 탄력과 에너지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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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파마리서치 생산공장 전경./파마리서치
이후 발걸음을 옮겨 강릉의 파마리서치 생산 공장으로 향했다. 연어의 정소에서 추출한 DNA를 정제해 의료기기와 화장품 원료로 만드는 핵심 생산 거점이다. 입구에서부터 방진복을 착용해야 했고, 내부는 정제 공정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한준호 파마리서치 원료팀 대리는 "연어 한 마리에서 평균 100g가량의 정소를 확보할 수 있다"며 "30kg의 원료 중 실제 PN(폴리뉴클레오타이드)으로 추출되는 비율은 5% 내외"라고 설명했다. 추출과 정제, 고분자 분리 과정을 거친 PN 1kg은 약 2만 개의 리쥬란 주사기로 완성된다.
포장 라인에서는 자동화 설비가 실린지를 충전하고, 멸균·검수 과정을 거쳐 최종 제품으로 이어졌다. 김일회 파마리서치 DM대리는 "하루 3만 개의 실린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라며 "의료기기 생산라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돼 있다"고 말했다.
품질 관리의 엄격함은 HA 필러 생산 라인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대표 제품 '리쥬비엘'을 비롯한 HA 필러는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가교제를 제거하기 위해, 필러 용액을 물에 넣고 3일 이상 세척하는 '워싱' 공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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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리서치 강릉 제2공장 내 PN 기반 피부 재생 주사제 '리쥬란' 자동 충전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파마리서치
현재 파마리서치 강릉공장은 연간 1억개 이상의 주사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전 공정에는 독자 개발한 'DOT(DNA Optimization Technology)', 즉 DNA 최적화 기술이 적용돼 있다. 이 기술은 원료의 분자 구조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불순물 제거율을 극대화해 제품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현장을 찾은 해외 의료진들은 DOT 기술의 원리, 5% 수율, 2만 실린지 생산 규모 등 세부 기술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중국 의료진의 방문이 잦아, 공정 설명 영상에는 중국어 자막이 함께 제공된다. 버려지던 연어 부산물의 생명력이 이 같은 첨단 공정을 거쳐 글로벌 K-뷰티 산업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