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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카페에서 APEC까지…커지는 ‘혐중’,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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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수 기자

승인 : 2025. 10. 2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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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수 사회부장
"we do not accept Chinese guests(우리는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는다)."

최근 관광 명소로 떠오른 서울 성동구 성수동 A카페가 인스타그램에 밝힌 공지 사항이다. 중국인 인플루언서 헨리는 "한국에서 본 카페 중 가장 인종차별적인 카페"라며 비판 영상을 올렸다. 논란이 커지자 지자체까지 나섰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한 네티즌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인종차별적인 가게가 성동구에 있는데 어떻게 제재할 방법이 없느냐"고 문의하자 "최대한 해당 업장을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득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현행법상 인종차별을 처벌할 근거조항이 없다. 국가나 인종 등을 이유로 상업 시설 이용을 배제하는 건 차별이라고 규정한 '국가인권위법'이 존재하지만 처벌 강제성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에까지 혐중 집회가 진출했다. 청년 극우단체 '자유대학'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29일 'Do you know? in 경주 APEC'이라는 슬로건으로 황리단길에서 거리 행진을 했는데, 실상은 '화짱조(화교, 짱개(중국인 멸칭), 조선족) OUT', '중국인 무비자입국 반대' 등 적대적인 구호가 난무한 혐중 집회였다. 같은 날 서울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도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트럼프 대통령 환영 및 시진핑 규탄 국민대회'가 열렸다.

이와 관련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혐오 집회 금지를 골자로 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혐오 현수막 설치를 막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인종차별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바로 그것이다. 유엔(United Nations, 국제연합)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5월 7일, 대한민국 제 20-22차 정기 심의에 대한 최종견해를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또다시 권고했다. 2007년부터 이어진 유엔 조약기구의 14번째 권고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3개 회원국 중 일본과 함께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은 유이한 국가다. 그러나 정치권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은 하나도 발의되지 않았고,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민생과 경제 회복 노력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9월 16일 확정된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 8번은 '모두의 존엄과 권리가 보장되는 인권 선진국'이지만 세부 과제 어디에도 차별금지법은 찾아볼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9월3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원민경 당시 장관 후보자는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론의 장으로 기능해주실 것으로 믿으며, 여가부는 (법 제정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인권위가 실시한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차별금지를 법률로 정하는 것에 88.5%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6월에는 차별금지제정연대가 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 1만여명의 서명을 대통령실에 제출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조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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