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조선 핵잠 기술 수준… “미GD와 HI가 원천기술보유...한화필리 핵잠 건조 역량 제로"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선언과 실현 사이 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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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EA 제123항, '핵협력의 헌장'이지만… 군사 핵추진은 다른 이야기
미 원자력법 제123항은 미국이 타국과 원자력 협력을 할 때 체결해야 하는 기본협정(123 Agreement)을 규정한다. 본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하며, 핵물질·기기·기술을 교환할 때 의회 승인과 9대 비확산 기준 충족을 요구한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도 이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한국이 재처리나 농축 같은 민감 기술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미국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핵추진 잠수함에 필요한 해군용 원자로 기술이 '평화적 영역' 밖에 있다는 점이다. 군사 목적의 원자력 추진은 123협정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니다. 대신 미국의 10 CFR Part 810(평화적 원자력활동 지원 규정)과 EAR 744.5(해양 핵추진 관련 기술 수출 금지)가 중첩돼 적용된다. 후자는 잠수함 원자로, 열교환기, 제어계통 등 핵심 부품·설계 정보를 외국에 이전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하나로 기술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해도, 법률상으로는 불가능하다. 의회 승인, 국무·에너지부의 이중 검토, IAEA의 감시체계 합의 등 복합 절차를 거쳐야만 협력의 틀을 열 수 있다. 워싱턴의 비확산 전문가들은 "트럼프식 일방 선언은 법적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 IAEA 사찰체계와 군사용 예외, '비확산의 회색지대'
IAEA 포괄적 안전조치(INFCIRC/153)는 원칙적으로 모든 핵물질의 민수 사용을 감시하지만, 군사 목적, 특히 해군 추진용 핵연료으로 전용될 경우 한시적 예외를 허용한다. 다만 그 전제는 명확하다. 핵물질이 핵무기 개발로 전용되지 않는다는 국제적 신뢰 확보가 필수다.
호주가 AUKUS 협정을 통해 해군 핵추진을 추진할 때도 이 예외조항이 문제됐다. IAEA는 여전히 "평화적 사용이 아닌 핵추진용 연료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를 두고 협상 중이다. 한국 역시 만약 핵잠 건조를 본격화하려면, IAEA와의 별도 감시협정, 핵물질 회수·계량·추적 절차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미국과 양자 합의만으로는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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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미 KSS-III '도산안창호급'으로 재래식 잠수함의 글로벌 선도 그룹에 올라섰다. 3,600톤급 플랫폼에 리튬이온 배터리, 10셀 수직발사관, 고성능 음향체계와 전장 네트워크를 통합해 자국 설계·건조 역량을 입증했다.
그러나 핵추진으로의 도약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함정용 가압경수로(PWR) 설계·제작·안전관리, 고농축우라늄(HEU) 또는 저농축(LEU) 연료 공급망, 방사선 차폐·열관리 기술, 해군 원자력 안전체계 등은 현재 한국 산업계가 경험한 적 없는 영역이다.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민간 PWR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형화·진동흡수·내충격 설계 등 군사용 요구조건은 전혀 별개다.
미 해군은 이 같은 복합 체계를 60년 이상 축적해왔으며, 제너럴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Electric Boat, 이하 GD)와 헌팅턴 잉걸스(Huntington Ingalls Newport News, 이하 HI) 두 곳만이 미국 내 핵잠 건조 허가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형 SSN 개발은 가능성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다"는 평가가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도 반복된다.
△ 거제 옥포조선소가 아닌 미국 한화필리조선소의 현실… "핵잠 '제로베이스' 평가 맞다"...건조에 10년이상 걸릴듯.....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화필리조선소'는 2024년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Philly Shipyard)다. 현재 이곳은 미국 해사대(NSMV) 훈련선, 상선, 정부지원선 등을 건조하는 상업·공공 조선소로, 방사선 취급 시설이나 해군 원자력 추진 정보(NNPI) 인증은 없다.
미국 내에서 핵추진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곳은 앞서 언급한 두 군데뿐이며, 필리조선소가 그 수준으로 전환하려면 최소 10~15년의 설비투자·인력양성이 필요하다. 미 해군의 품질보증(QA) 체계, 방사선 안전관리, 핵연료 저장·처리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핵잠 건조 역량은 사실상 제로에서 출발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호주의 AUKUS 프로그램이 2021년 출범 후 첫 SSN 인도를 2040년대 이후로 잡은 것도 같은 이유다. 설계·법제·공급망·인력 모든 분야에서 최소 20년이 걸린다.
△ 결론: '정치 선언'과 '제도 현실' 사이의 간극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분명 상징적이다. 미국 내 생산·동맹 기술 협력을 강조하며 "K-조선+미 원자력"이라는 새로운 결합 모델을 암시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첫째, 법적 장벽이다. 123협정은 평화적 협력의 전제일 뿐, 군사 핵추진은 10 CFR Part 810·EAR 744.5·IAEA 협정 등 복수의 법체계를 새로 개정하거나 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 둘째, 기술 장벽이다. 한국은 재래식 기술력은 세계 최상급이나 원자로·연료·핵안전 분야에서는 공백이 크다. 셋째, 산업 장벽이다. 한화필리조선소는 상업선 중심 구조로, 핵잠 설계·인증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따라서 트럼프의 구상은 '가능성 선언'이자 동시에 '현실 과제의 압축'이다. 한국이 진정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추진하려면, 미국과의 새로운 법적 틀 협상, IAEA와의 투명한 감시체계, 그리고 최소 10년 이상의 산업·기술 투자 로드맵이 병행돼야 한다.
△ "핵잠 확보, 환영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한국 해군이 오랫동안 숙원으로 삼아온 원자력추진 잠수함(핵잠) 확보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간 합의로 가시화된 것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한반도의 전략 균형과 해양 억제력을 강화할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기쁨 속에서도 한 가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바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경고다. 핵잠 건조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미 원자력법 제123항을 비롯한 국제 비확산 체제, IAEA 사찰체계, 한·미 간 기술이전 절차 등 복잡한 법적·외교적 장벽이 얽혀 있다.
지금은 "행정명령 한 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합의는 출발점일 뿐, 실제 건조와 전력화는 정교한 협정 문구와 세밀한 기술 검증, 국제사회의 신뢰 확보라는 디테일 위에서만 완성된다. "환영"과 "경계"가 공존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임을 명심해야 한다. 법률·기술·산업, 세 겹의 벽을 넘을 때 비로소 'K-핵잠 시대'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