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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AI 격차가 산업 격차로…중소기업에 맞는 데이터 인프라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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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5. 11. 10. 06:00

대기업은 데이터 중심 경영 본격화
중소기업은 인력·비용 한계로 전환 더뎌
"데이터 축적·활용 기반 없으면 국가 경쟁력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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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업 간 'AI 격차'가 새로운 산업 양극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AI(인공지능)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AI 격차'가 새로운 산업 양극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기업은 자체 데이터와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인력·비용·데이터 접근성의 한계로 여전히 'AI 전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AI 혁명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재편 문제"라며 "정부가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데이터 인프라와 학습 지원 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들은 AI센터와 데이터랩을 중심으로 전사적 디지털 전환(DX)을 본격화하고 있다. 주로 생산·품질·물류·서비스 등 주요 프로세스에 AI를 적용해 불량률을 낮추거나, 에너지 효율과 물류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 확보 능력과 전문 인력을 갖춘 만큼, 생산 현장의 의사결정 역시 '데이터 기반 실시간 관리'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다수의 중소기업은 AI 기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도 현실적으로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발표한 '2024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AI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전문기업의 60.1%가 인공지능을 핵심 사업 분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전체 중소기업의 AI 도입률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그쳐, 대기업과의 격차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AI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정제·분석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수행할 전문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실정이다.

AI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들도 유지·보수 단계에서 한계를 겪고 있다. 솔루션 공급사가 중소기업 맞춤형 기술 지원을 지속하지 못하거나, 추가 개발비 부담이 커 실질적 활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제약이 'AI 도입률 격차 → 생산성 격차 → 산업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정부도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AI 제조플랫폼(KAMP)' 구축과 스마트공장 고도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KAMP는 2020년부터 운영 중인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제조데이터 플랫폼으로, 중소 제조기업이 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스마트공장 4000개 이상을 고도화하고, KAMP 기반의 AI 학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일부 기업만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고, 유지·보수나 추가 컨설팅 과정에서 기술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도입했지만, 시스템을 관리할 인력이 없어 결국 사용을 중단했다"며 "AI 도입을 지속하려면 정부 지원이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AI 격차가 산업 전반의 구조적 불균형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 현장 전반에 '데이터 중심 경영'이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또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AI 인력 양성과 교육 확대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윤종록 카이스트 초빙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는 "중소기업의 AI 격차는 단순한 기술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축적과 활용 체계가 부재한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며 "대기업은 이미 일상이 데이터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중소기업은 경영 전반이 아직 디지털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AI 시대에는 알고리즘을 아는 사람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서로 손잡는 구조가 중요하다"며 "베이비붐 세대가 가진 산업 현장의 깊은 경험을 디지털화해 젊은 세대의 기술력과 결합시키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인력 양성의 출발점은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의 일상화에서 시작된다"며 "젊은 세대가 데이터 친화적 사고를 익혀 중소기업 현장에 진출해야 디지털 전환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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