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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대책에 대형 건설사 간 양극화 ‘점화’…“재건축 승자독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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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5. 10. 30. 17:10

10·15 대책 후 서울·경기 정비사업 곳곳 제동
전매제한·LTV 축소로…조합원 부담 급증 ‘이유’
성수2지구도 ‘無응찰’…건설사 일감 ‘급감’ 우려
“승자독식 구조 고착 땐 시장 왜곡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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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연합뉴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건설사들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판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에 지정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핵심 수익원인 재건축 사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전매제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분양가상한제(분상제) 확산 등 각종 규제 강화로 사업성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다만 높은 신용도와 현금 창출력을 보유한 대형 건설사들은 여전히 재건축 수주전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공급이 부족한 서울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긍정적이지만, 일부 대형사 중심의 '승자독식' 구조가 심화될 경우 공정 경쟁이 훼손되고 시장 왜곡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10·15 대책 발표 이후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시공사 선정·분양 일정이 지연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늘고 있다. 사업비만 약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서울 성동구 '성수2지구' 재개발 조합은 전날 시공사 입찰을 마감했지만,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았다. 한강변 핵심 입지로 '불꽃 수주전'이 예상됐지만, 무 응찰 사태가 벌어졌다.

조합 내홍과 정부 규제 강화의 여파로 풀이된다. 당초 DL이앤씨,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됐으나, 조합장과 일부 건설사 간 유착 의혹으로 현 조합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며 시공권 확보를 노리던 건설사들도 일제히 '신중 모드'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뿐 아니라 이번에 규제 지역으로 묶인 경기 재건축 사업장도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규제 지역 지정으로 조합 설립 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고 조합원당 주택 공급 수가 1가구로 제한되는 데다, 5년간 분양 재당첨이 금지되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70%에서 40%로 축소되며 조합원들의 금융 부담이 급증했다.

이에 일부 조합에서는 '사업 속도를 늦추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분당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면 처분이 어려워져, 매도를 고민하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일정 연기를 주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 정비사업 일감이 급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공사비 상승 부담으로 민간 정비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며 "규제 지역의 분양·입주 예정 물량은 전체 20% 수준이지만, 수도권 재건축에 집중해 온 상위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매출 기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형 건설사 간 수주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강남권과 한강변 등 서울 핵심지는 여전히 수요가 탄탄해, 대형사 중심의 재건축 수주가 이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책 발표 이후에도 강남권 주요 단지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 정부와 서울시 역시 '재건축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핵심지 정비사업은 순항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대형사 쏠림 현상'이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사업 기회를 잠식하고, 업계 내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정비사업은 초기 사업비 부담이 크고 수주전이 장기화하는 만큼, 중견사들은 자금력이나 인력 여건상 참여 자체가 쉽지 않다"며 "규제 영향은 같지만, 감내할 체력은 다르다. 결국 상위 몇 곳만 시장을 선점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승자독식 구조가 지속되면 시장 경쟁이 왜곡되고, 중장기적으로 건설업계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정부가 추진 중인 10·15 대책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는 만큼, 일정 수준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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