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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지우고 또 다른 권력에 힘”… 개혁 명분 정치권력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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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아 기자

승인 : 2025. 11. 04. 18:04

[균형 잃은 형사사법 체계] <하> 검찰개혁
중수청·공소청 신설, 수사·기소 분리
검찰 징계 강화·상고제한법 등 제도화
정치권 일각 '이재명 구하기법' 비판도
"검찰을 정치 도구로 삼는 권력이 문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은 정부의 엄호를 받아 '검찰청 폐지' 입법을 마무리했지만, 그 이면엔 '검찰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오남용으로 검찰청을 폐지하고, 그 자리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해 국민 기본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시대 정신이지만, 속내는 검찰 길들이기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여당은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등을 통해 검찰의 공권력을 피부로 체감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검찰개혁'을 띄우며 검찰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여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일주일 만에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더 나아가 검찰청을 폐지하는 관련 법안을 줄줄이 발의했다.

여당은 검찰 해체를 골자로 한 '검찰청법 폐지안', '공소청 설치법', '중수청 설치법',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 설치법' 등 4개 법안을 발의했다. 검찰청을 법 체계에서 삭제하고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이다. 이후 9월 26일 여당은 국무총리 직속으로 신설 예정이던 국수위를 제외하고,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설치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같은 달 30일 국무회의 의결로 확정되면서 검찰청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기소만 담당하는 공소청과, 수사만 하는 중수청으로 나뉘게 됐다.

중수청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마약·내란·외환 등 9대 범죄를 수사한다. 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공정거래 수사부 등이 담당하던 사건 대부분이 이에 포함된다. 수사는 검사가 아닌 수사관이 맡게 되며, 중수청으로 가려면 검사 신분을 내려놓고 수사관으로 근무해야 한다. 공소청 소속 검사는 기소와 공소 유지 업무만 담당한다. 수사를 하려면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한해 '보완수사권'을 행사하거나 '보완수사요구권'을 통해 요청해야 한다. 두 권한 중 어느 범위를 인정할지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여당은 '검찰 옥죄기' 입법도 병행했다. 검찰권의 민주적 통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징계 강화와 상고제한을 통해 검찰의 권한을 전방위로 제약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25일 중범죄 비위를 저지른 검사에 대해 최대 '파면'까지 징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징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검사징계법상 검사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등 5가지 징계만 가능해 사실상 '파면 예외 직군'으로 분류돼 왔다. 일반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맞춘다는 취지지만, 징계권이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함께 여당은 지난달 1일 '상고제한법'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검찰의 항소·상고 관행을 제한하는 입법에 나섰다. 이정문 의원이 낸 개정안은 1·2심에서 모두 무죄·면소·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 사건의 경우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가가 왜 이렇게 국민에게 잔인한가"라며 검찰의 기계적 상고를 비판한 직후 나온 입법으로, 여권이 대통령 발언 직후 곧바로 제도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상고제한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검찰이 항소한 위증교사 사건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이 퇴임 후 2심에서 다시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대법원 판단 없이 사건이 종결되는 구조가 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구하기 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문제는 검찰이 아니라 이를 정치 도구로 삼아온 권력에 있었다"며 "정권이 개혁의 이름으로 또 다른 정치 수사 권력을 만드는 것은 본질을 되풀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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