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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셧다운 최장 기록 눈앞…트럼프 “핵옵션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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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11. 05. 10:20

셧다운 35일째…공무원 무급·식량보조 중단
트럼프 “핵옵션 안쓰면 중간선거 패배할것”
U.S.-OREGON-PORTLAND-FEDERAL GOVERNMENT-SHUTDOWN-HOMELESS
4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무료 음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신화 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의 기능 일부가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가 4일(현지시간) 35일째를 맞으며 역대 최장(36일) 기록을 눈앞에 앞두고 있다. 10월 1일부로 시작한 셧다운은 4일에서 5일로 넘어가는 자정을 지나면 미국 역사상 최장 셧다운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셧다운이 사상 최장을 넘어설 경우, 민생 피해뿐 아니라 정치적 책임 공방이 본격화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간 갈등이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4일 A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둘러싼 공화·민주당의 이견으로 시작된 이번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수백만 명이 식품보조금 지급과 연방 서비스 중단으로 피해를 보고 있고, 항공·교통 부문까지 마비 조짐이 보이자 의회가 막판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원에서는 공화·민주 양당의 중도 성향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정부 재가동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사우스다코타)는 "이제는 충분하다"며 교착된 회의를 열고 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현재 셧다운 장기화로 인해 '푸드 스탬프'로 알려진 '저소득층 식품 보조 프로그램(SNAP)' 수혜가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있으며, 수십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강제휴직 또는 무급근무 상태에 놓여 있다. 교통부는 항공관제 인력이 다음 급여를 받지 못하면 "다음 주 미국 하늘길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도 "더는 버틸 수 없다"며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셧다운 이후 항공편 취소 지연 피해를 겪은 승객은 320만 명에 이른다.

그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채 푸드 스탬프 지급을 지렛대로 압박에 나섰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진 좌파 민주당이 정부를 열기 전에는 푸드스탬프가 지급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는 법원이 명령한 긴급 예산 집행 지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논란이 커지자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정부는 법원 명령에 따라 SNAP 자금을 계속 집행 중"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은 법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는 인물"이라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상원 협상의 중심에는 수전 콜린스(공화·메인) 상원 세출위원장, 마이크 라운즈(공화·사우스다코타), 진 샤힌·매기 하산(민주·뉴햄프셔), 크리스 쿤스(민주·델라웨어) 등 양당 중도파 의원들이 있다. 이들은 초당적 합의가 가능한 소규모 예산안·농업, 군사시설, 인프라 관련 법안부터 처리해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장 큰 쟁점은 여전히 ACA 보조금 만료 문제다. 민주당은 보조금 종료로 인한 건강보험료 급등을 우려하며 정부 재가동과 동시에 관련 예산 논의를 요구하고 있으나, 백악관은 "정부부터 먼저 열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가 필리버스터를 종결(핵옵션 가동)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중간선거도, 다음 대선도 이길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며 공화당에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고 셧다운을 끝내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상원의 전통과 균형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핵옵션'은 의사규칙 변경을 통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종결 투표의 의결정족수를 60명에서 단순 과반으로 낮추는 것이다.

현재 상원은 공화 53석, 민주 47석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존 하원 통과안을 열두 차례 이상 표결에 부쳤지만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공화당 지도부는 연말을 넘겨 내년 초까지 정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임시예산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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