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봉구 아빠’ 이준영 드림모션 대표, “눈물...걱정마세요. ‘마이 리틀 퍼피’는 행복한 게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106001115264

글자크기

닫기

김동욱 플레이포럼팀 기자

승인 : 2025. 11. 06. 11:19

이준영 드림모션 대표 /사진=김동욱 기자
"사람이 죽으면 먼저 세상을 떠난 반려견이 무지개다리 저편에서 마중을 나온다"

애견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상상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이 일화를 게임으로 옮긴 이들이 있다. 크래프톤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드림모션'이다. 이들은 지난 5월, 게임쇼가 아닌 국내 최대 반려동물 박람회 '메가주'에 게임 '마이 리틀 퍼피(My Little Puppy)'를 들고나오는 이례적인 행보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현장에서 만난 이준영 대표는 "이 게임은 이별을 겪어본 분들을 위한 '다시 만나는' 이야기"라며, "미소 지으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체험판은 그 말 그대로였다. 웰시코기 '봉구'가 주인을 찾아가는 여정은 냄새 맡기, 짖기, 달리기 등 강아지의 행동을 기반으로 한 퍼즐과 어드벤처로 가득했다. 플레이어는 어느새 '조력자'가 되어 '봉구'의 발걸음을 응원하게 된다.

이제, '봉구'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 정식 출시를 하루 앞두고 이준영 대표를 통해 그가 '봉구 아빠'로서 그리고 '개발자'로서 세상에 꼭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 '마이 리틀 퍼피'는 총 15개 언어를 지원하며 11월 7일 스팀을 통해 글로벌 출시 한다.
- '봉구'가 세상 밖으로 나가는 날이 왔다. '게임 개발자'로서의 마음과 '봉구 아빠'로서의 마음이 어떤지

이준영 대표 : 언제 개발 다 해서 출시하나, 정말 까마득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결국 이런 날이 왔다. 언젠가 이런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오랜 시간 마음속에 담아뒀던 소망은, (모티브가 된) 봉구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날부터 저에게는 '사명'이 되었다. 게임 개발자로서 그리고 봉구 아빠로서 반드시 해내야만 했던 중요한 과업을 이제야 끝낸 기분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이 게임이 강아지를 사랑하고 추억하는 분들의 마음속에 깊은 감동으로 기억되는 작품이 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으면 좋겠다.

- 개발 막바지 작업을 거치며 마지막까지 고민하며 수정하거나 변경된 장면이 있는지

이준영 대표 : 저승 세계의 수문장 '켈베로스'와 사투를 벌이는 스토리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정말 셀 수도 없이 고치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단순히 연출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BGM이 재생되는 타이밍을 1-2초 단위로 조정하는 것까지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모든 감정이 폭발하며 '아빠 마중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정말 멋지고 감동적인 장면으로 완성했으니 꼭 게임을 통해 직접 즐겨 주시면 좋겠다.
이준영 드림모션 대표 /사진=김동욱 기자
- 체험판 이후 가장 많이 받은 피드백이 "강아지 커스터마이징이 아쉽다"는 점이다. '봉구'라는 단일 주인공을 고수한 이유는

이준영 대표 : 정말 많이 받은 피드백이라 체험판 공개 이후 개발팀 내에서 아주 진지하게 검토를 했었다. 하지만 인간형 캐릭터의 외형을 커스터마이징하는 것과 강아지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난이도의 일이었다.

일례로, '마이 리틀 퍼피'의 모든 레벨 디자인은 짧은 다리의 중형견인 '웰시코기'에 맞춰져 있다. 만약 이 게임을 대형견인 '도베르만'으로 커스터마이징해 플레이할 수 있게 되면, 점프 높이나 이동 속도 등이 달라져 게임의 전체 레벨 디자인이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그렇다고 웰시코기와 크기, 운동 능력이 비슷한 중형 견종만 넣으면 "왜 우리 강아지는 없냐"며 견종을 차별하는 것으로 비춰져 유저분들의 더 큰 반발을 사게 될 게 분명했다. 결국 모든 견종을 커버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넣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아예 넣지 않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자신과 추억이 있는 강아지로 플레이하고 싶은 유저분들의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있었으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이 게임은 '이웃집 강아지 봉구 이야기'로 생각해주시고, "내가 꼭 아빠 다시 만나게 해줄게" 하는 마음으로 즐겨 주시면 좋겠다. 게임 내에 정말 수많은 강아지들이 NPC로 등장하니, 그중에 자신의 강아지와 닮은 강아지를 찾아보시는 것도 작은 재미가 될 것 같다.

- 애견 박람회 등에서 '진짜 애견인'들의 뼈아픈 피드백도 있었을 것 같다. '아, 이건 미처 생각 못 했다!' 싶어 정식 버전에 결정적으로 반영된 부분이 있다면

이준영 대표 : 올해 초 비공개 테스트(CBT)를 할 때의 일이다. 당시에는 게임 시작 지역인 '강아지 천국'에서도 스태미나 시스템이 존재했다. 그런데 테스트에 참여한 분 중 한 분께서 "천국인데 스태미나가 있으니, 천국에서조차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도 아프고 안 어울린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그 피드백을 보고 "아차!" 싶었다. 정말 저희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다. 현재 버전에서는 천국과, 현실 세계의 중간 림보 세상인 저승 세계에서만 스태미나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정말 고마우면서도 약간 뭉클한 피드백으로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 지난 인터뷰에서 "글로벌 100만 장 판매가 목표"라고 했다. 100만 명의 글로벌 애견인을 울릴 준비가 되었는지

이준영 대표 : 지금까지 여러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해왔지만, 여전히 게임의 성패를 예측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세상 작은 것들에게 마음 한 조각 떼어주는 이런 게임 하나 정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개발팀 모두가 진심을 담아 개발했다는 것, 그리고 100만 장 이상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도전이 의미 있는 성과와 발자취로 기록되면 정말 좋겠다.

- "흔하고 뻔한 게임은 만들지 않겠다"는 철학이 인상 깊다. '마이 리틀 퍼피'가 100만 장 흥행에 성공한다면, 드림모션의 다음 '뻔하지 않은' 행보는 어떤 모습일까

이준영 대표 : '마이 리틀 퍼피'를 개발하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 상황이라 당장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아마도 내년 중 또 다른 신작 개발을 시작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시장에 널리고 널린 '뻔한' 게임은 아닐 것이고, 지금까지 드림모션이 개발한 게임들과는 또 결이 다른 게임일 거라는 점이다. 음...MMORPG나 서브컬처 게임은 아닐 거라는 건 지금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 지난 '메가주' 박람회 출전은 정말 신선했다. 혹시 출시 이후에도 애견인들을 위한 오프라인 행보를 계획 중인지

이준영 대표 : 출시 초기인 만큼 당장은 온라인 중심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게임을 알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애견인분들의 생생한 현장 반응을 확인하며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애견박람회 출품은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오프라인 마케팅은 역시 소규모 회사가 준비하고 운영하기에 벅찬 면이 있다. 

당장은 애견박람회에 다시 출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진 않지만, 만약 게임이 정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다면 그때는 애견박람회에 나가는 게 아니라, 아예 애견 행사를 저희가 직접 후원하거나 주최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행복한 상상도 해보곤 한다.

- '봉구 아빠'로서 플레이어들에게 "이것 하나만큼은 꼭 마음에 담아갔으면 좋겠다"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이준영 대표 : 나보다 먼저 떠날 걸 알면서도 강아지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 저와 같은 모든 분에게 이 게임이 작게나마 위로와 감동을 전해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강아지와 이별했거나,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준비하고 있을 분들에게 "언젠가 꼭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라고 따스하게 말해주며 안아주는 게임이 되길 바란다.

체험판 이후 "게임 소재와 스토리가 너무 슬퍼서 정식 버전은 아예 못 할 것 같다"는 피드백을 주신 분들도 있었다. 그런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이 게임은 슬픈 게임이 아니라, '행복한' 게임이다. 게임의 끝에서 봉구는 결국 다시 아빠를 만나게 된다. 만나야 할 이들은 결국 다시 만나게 되니, 편안한 마음으로 '봉구'의 여정을 즐겨 주시면 좋겠다.
김동욱 플레이포럼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