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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전환점에 선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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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11. 06. 13:45

과거 교회의 성공 방정식 통하지 않아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에 눈 돌려야
황의중 기자의눈
1885년 부활절 인천 제물포항에 두 명의 선교사가 발을 디뎠다. 감리교회 선교사 헨리 G 아펜젤러(1858~1902)와 장로교회 호러스 G 언더우드(1859~1916) 선교사이다. 한국교회는 이때를 한국 개신교의 출발로 보고 올해를 선교 140주년으로 삼는다.

5000년 한반도 역사에서 140주년은 짧은 시간에 속한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곳곳에는 십자가를 볼 수 있게 됐다. 복음은 강원도 산골 오지까지 전해졌고 서울 한복판 여의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들어섰다.

한국교회의 성공은 한국의 산업화·민주화와 맥을 함께한다. 1960년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시골을 떠나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그들에게 교회는 새로운 공동체이자 마음의 고향이 됐다. 또 민주화 과정에선 독재에 맞서는 민주화 인사들의 쉼터 역할을 했다.

분명 한국교회는 성공했다. 하지만 141주년을 앞둔 지금 한국교회는 전환점에 서 있다.

2024년 12월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의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35.6점으로 숫적으로 더 적은 불교(51.3), 천주교(48.6)보다 훨씬 낮다. 문제는개신교 신자가 아닌 이들이 갖는 이미지다. 비신자들에게 개신교 이미지는 '사이비' '개독' '불신' '이단' '이기주의' '강요' '독선' 등 부정적인 특성을 가진 단어로 표현됐다. 이는 불교·천주교 비신자들이 갖는 이미지가 '자연' '사찰' '성모' '수녀' 등 종교적인 묘사가 대부분이고 부정적인 단어가 소수인 것과 대비된다. 더구나 2024년 말 비상계엄 이후 개신교는 '아스팔트 우파'의 이미지까지 더해진 양상이다.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화된 것은 그동안의 성공 방정식이 통하지 않게 된 탓이 크다. 대형교회와 공격적인 전도 방식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의 한국사회에 크게 유용하지 않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게 의지가 되던 '구역예배'나 '심방'은 개인주의 강화와 1인 가구 증가에 맞물려 부담스러운 일이 됐다.

한국교회도 변화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교회가 추구하는 본질의 가치를 바꾸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방식은 변해야 한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전 대표회장이자 나부터포럼 대표 류영모 목사는 '축소사회'와 'AI시대 속 교회'를 언급하며 강소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교회 원로로서 이제는 교회 크기나 신자 수보다 내용이 더 중요해졌다고 진단한 것이다.

시련은 성숙을 낳는다. 한국교회가 도전을 극복하고 선교 141주년을 맞는 2026년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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