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에 키운다” 추억과 편의성 둘 다 잡은 ‘메이플 키우기’

2000년대 헤네시스를 떠올리게 하는 도트 그래픽. 슬라임이 통통 튀고 리본돼지가 헤벌쭉 웃고 있는 그 배경 위에 손가락 한 번 까딱하지 않아도 알아서 적을 썰어내는 캐릭터가 서 있다.

지난 6일 출시한 넥슨의 '메이플 키우기'는 그런 게임이다. 익숙하고, 편하고 무엇보다 '그 시절'의 감성을 입고 돌아온 방치형 RPG.

◆ 메이플 키우기, 방치형인 줄 알았는데 손이 바빠지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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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키우기는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찍었다. 게임을 시작해 보니 이상하게 손을 떼기가 쉽지 않다. 자동사냥 게임임에도 1시간을 훌쩍 넘게 화면 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만큼 이 게임은 '귀찮지 않게 만들어놓고 귀엽게 몰입시킨다'는 데 성공했다.

게임을 켜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익숙한 감성. 배경음악은 물론이고 UI, 마을 구조, 심지어 초반 전직까지도 '진짜 메이플을 옮겨놨나?' 싶은 착각을 준다. 하지만 본질은 방치형이다. 전투는 자동, 이동도 자동 심지어 장비 정리도 자동.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강화 버튼을 누르고 새 장비를 교체하는 것 정도.

그런데 이 '해야 할 것'들이 은근히 자주 생긴다. 성장 재화가 쌓이면 강화하라는 알림이 뜨고, 동료 소환 횟수가 차면 다시 버튼을 눌러야 한다. 방치형이지만 완전한 방치는 아니다. 심지어 전투 AI가 꽤 똑똑해서 다층 구조의 맵도 무리 없이 올라간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도 스트레스가 없다.

◆ 콘텐츠는 넉넉, 연출은 심플, 시스템은 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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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방치형 게임 하면 초반 30분 만에 콘텐츠 다 본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메이플 키우기'는 그보다 풍성하다. 기본 스테이지 외에도 성장 던전, 월드 보스, PvP 아레나, 파티 퀘스트 등 콘텐츠 분량은 확실히 확보돼 있다.

특히 '마을' 시스템은 꽤 인상적이었다. MMO처럼 다른 유저와 어깨를 부딪히며 돌아다니는 건 물론이고, NPC에게 퀘스트도 받고, 채팅도 가능하다. 물론 아직까진 이 요소들이 깊게 연결되진 않지만 가능성 자체는 매력적이다.

핵심 과금 요소는 두 가지. 하나는 무기·동료 소환이고 다른 하나는 월정액 패스다. 소환은 누적 횟수에 따라 등급이 올라가고, 일정 확률로 좋은 무기나 동료가 나온다. 동료는 전투에서 파티플레이 느낌을 주는 조력자로 전투 볼륨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월정액은 광고 스킵, 스킬 시간 단축, 보상 배율 등 핵심 편의 기능을 포함한다. 무과금도 초반 플레이엔 전혀 문제 없었지만, 콘텐츠가 진행될수록 체감되는 속도 차는 분명 존재한다. 특히 스킬 레벨업에 걸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느림의 미학'에 익숙하지 않다면 지갑을 열게 될지도 모른다.

◆ 아쉬운 점도 있다. 그런데 용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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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조작은 아직 미흡하다. 월드보스나 특정 패턴에서 회피가 필요한데 조작감이 매끄럽지 못해 오히려 자동 전투에만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꾸미기' 요소가 지나치게 과금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분명 아쉽다. 원작 메이플의 매력 중 하나가 다양한 코디였는데 이 게임에선 그 자유가 제한돼 있다. 코스튬 가격대도 꽤 높은 편이다.

또, 인터페이스 일부는 불친절하다. 예를 들면, 소환 관련 미션을 위해 여러 메뉴를 번거롭게 오가야 하거나 퀘스트 알림과 실질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작은 불편들이 누적되면 초보 이용자에겐 피로로 다가올 수 있다.

솔직히 말해 메이플 키우기는 하루 찍먹만으로 전체를 평가하기 어려운 게임이다. 방치형 게임의 구조상 중후반 성장 구간이나 반복 콘텐츠의 피로도는 시간을 들여야 체감되니까. 하지만, 딱 그 하루 플레이 기준으로만 본다면? 꽤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