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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키운다더니 역시나… 금융그룹, 은행 의존도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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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11. 06. 17:58

순익 기여 비중 쏠림 심화… 신한만 개선
카드·보험 등 고금리 여파로 실적 부진
이자이익 둔화 속 비은행 경쟁력 키워야

금융그룹들이 이자장사 비판에서 벗어나고자 비은행 부문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은행 의존도는 작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그룹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은 올해 3분기까지 26조원이 넘는 이자이익을 거두며 그룹의 '역대급 순익'을 견인했지만, 카드·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들은 고금리와 소비 둔화 여파로 부진했다.

실제 지난해 은행 의존도가 50%대였던 KB금융그룹은 국민은행이 실적이 크게 반등한 것과 달리, 비은행 계열사 순익은 제자리걸음하면서 60%대로 상승했다. 하나·우리금융그룹은 여전히 전체 순익에서 은행의 비중이 80%를 웃돌았다. 은행·비은행 부문서 모두 견조한 성장을 나타낸 신한금융그룹만 유일하게 전년 대비 은행 비중이 하락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전 계열사 누적 순익 중 은행 순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KB금융 62%, 신한금융 70%, 하나금융 87%, 우리금융 93%로 집계됐다. 작년과 비교하면 신한금융만 은행 비중이 약 1%포인트 줄었고, KB·하나·우리금융은 4~6%포인트 상승했다.

KB금융은 4대 금융그룹 중 전체 계열사 순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순익이 전년 대비 7466억원 증가한 3조3645억원을 기록한 것과 달리, 비은행 계열사 순익은 2조38억원으로 작년(2조314억원)보다 감소한 영향이 컸다. KB손해보험은 전년 대비 267억원 순익이 늘었지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여파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충당금 적립으로 KB국민카드·KB증권 등 주요 계열사는 역성장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비은행 부문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3분기 누적 순익 3조원을 돌파했지만, 주요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이 모두 작년보다 하락했다. 박종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는 "증권과 캐피탈 등의 투자손실을 인식하는 등 아직까지는 부족한 모습이 나타났다"며 "점차 체력을 강화한다면 2027년에 비은행 부문에서도 실적 턴어라운드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사 인수로 '종합금융그룹'을 완성한 우리금융은 충당금 여파에 흔들렸다. 책준형 신탁 리스크에 우리자산신탁이 3분기까지 누적 1810억원 규모 손실을 내면서, 염가매수차익을 포함하지 않는 전체 비은행 계열사 당기순익 합계치는 역성장했다. 반등 가능성은 충분하다. 향후 손실이 발생한 계열사의 정상화와 함께, 증권·보험사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시 비은행 실적 개선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증권·보험을 비은행 핵심 축으로 삼아 내년부터 비은행 계열사의 순익 기여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신한금융만 증권과 생명보험사의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비은행 기여도가 30%까지 상승했다. 기존 핵심 계열사였던 신한카드의 실적 감소에도 신한투자증권과 신한라이프에서만 2000억원이 넘는 실적 개선이 나타났다. 작년 18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손실을 냈던 신한자산신탁이 올해 흑자로 돌아선 점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신한금융은 내년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증권·신탁 등 자본시장 부문 경쟁력을 강화한다. 은행 중심에서 벗어나 자본시장 계열사에 자원을 더 배분해 시장 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금융그룹이 제시한 주주환원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선 실적 개선이 필수인데, 이자이익 둔화 흐름 속에서는 비은행 부문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단순한 포트폴리오 확충을 넘어 업권 내 경쟁력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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