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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한심한 여야 부동산 설전…‘백지신탁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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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5. 11. 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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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연합뉴스
전원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청년들은 당장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데, 현실적인 집값 안정 대책을 세우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서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했느니, 다주택자라느니 생산성 없는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심합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이재명 내각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이 불거지고, 이에 대한 여야의 설전이 이어지자 청년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주거 사다리가 끊겼다는 허탈감이 큰데, 정치권이 현실적인 해법을 함께 모색하기 보다는 상대방 흠집 내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부동산 불로소득 타파를 주장했던 이한주 전 민주연구원장과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은 각각 재건축 투기성 투자 의혹과 '갭투자' 논란에 휩싸였다. 다주택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서초구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며 도마 위에 올랐다. 자녀에게 증여를 추진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자 결국 한 채를 마지 못해 매각하며 빈축을 샀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도 갭투자 의혹에 휘말리며 정책 신뢰도에 균열을 자초했다.

야당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를 필두로 여권을 향한 비판이 이어지자, 여당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나서 "장 대표 역시 6채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라며 역공을 펼쳤다. 고가 부동산 및 다주택 보유나 갭투자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2023년 기준 서울 무주택 가구 비중이 51.7%에 달하는 만큼, 여야의 진흙탕 싸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10·15 대책'을 주관한 기재부·국세청 고위 경제관료의 85%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22대 국회의원 부동산재산 분석 결과'를 보면 299명 중 61명(20.4%)이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주택을 보유했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 역시 61명(20.4%)에 달했다.

이에 곳곳에서 고위공직자 대상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촉구 및 입법화 움직임이 관측된다. 실거주 목적의 1주택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신탁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거대 여야 모두 겉으로만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이루겠다며 위선을 부릴 게 아니라 제도화에 힘을 실어 진정성을 보이길 권유한다. 최상급지에 고가 아파트를 깔고 앉은 이들이 부동산 정책을 입안·결정·실행·감독하는 현실은 국민들 입장에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 아니겠는가.

'직'보다 '집'을 택하고, 과거 자신이 설파한 신념과 상반된 행보를 보여 온 유구한 전통을 떠올리면 일말의 기대조차 어렵다. 지금이야말로 부동산 민심을 등에 업을 절호의 기회다. 고위 공직자들은 진정성을 보이라.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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