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사용 방식 투명하게 밝히고 공존해야"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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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로 극작과 작곡에 생성형 AI가 활용된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에서 옥주현이 열창하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과 최근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제공=이모셔널씨어터·SM엔터테인먼트 |
지난 8월 코엑스에서 열린 스트리트 아트 페스티벌 '어반브레이크 2025'는 'AI 아티스트 데이'를 신설하고 생성형 AI 작품을 전시했다.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은 아뜰리에 에르메스 개인전에서 AI 영상작품을 선보였고, 코리아나미술관 '합성열병'전은 생성형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다뤘다.
공연계도 적극적이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은 세계 최초로 극작과 작곡에 생성형 AI를 활용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효명세자와 정약용의 한시 450여 편을 AI에 학습시켜 보허자 3장의 새 가사를 창작했다. 이건회 예술감독은 "전통에 기반한 AI 기술로 우리 시대에 맞는 정악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영역의 AI 도입은 더욱 빠르다. 넷플릭스는 머신러닝으로 콘텐츠 투자를 결정하고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도 시청 데이터로 제작 방향을 조정한다. 하이브는 보컬 합성 기술 '슈퍼톤'을, SM엔터테인먼트은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를 각각 구현했다.
AI와 본격적으로 손잡은 한국 영화도 베일을 벗었다. 지난달 15일 복합상영관 CGV에서 단독 개봉한 '중간계'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우리나라 최초의 장편 영화로, 흥행 성적은 미미하지만 AI 도입의 상업적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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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효명세자와 정약용의 한시 450여 편을 AI에 학습시켜 보허자 3장의 새 가사를 창작한 정기공연 '행악과 보허자'를 무대에 올렸고(왼쪽 사진), 코리아나미술관은 생성형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다룬 '합성열병'전을 마련했다./제공=국립국악원, 연합 |
AI 확산은 새로운 갈등을 불러왔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저작권이다. 박한빈 한국저작권위원회 책임은 "공정 이용(저작물을 일정 범위 안에서 허락 없이 쓸 수 있게 한 예외 규정) 여부에 불명확한 부분이 존재한다"며 "법원 판단이 나와야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AI 시스템을 저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확정했고, EU는 AI법으로 생성형 모델의 투명성과 저작권 준수 의무를 규범화했다. 창작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영화 '중간계'의 강윤성 감독은 "창작자들이 AI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AI가 도구이면서도 창작 영역을 건드린다는 데 있다"면서 "그럼에도 그 사실을 안고 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이라, 앞으로 저작권 문제는 더 첨예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 미술작가는 "AI가 도구에 머물지 않고 작품의 주체가 될 때, 작가의 고민과 맥락이 사라진 결과물만 남게 된다"며 "이것이 예술 시장에서 거래되면 창작 행위 자체의 의미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창의성 확장의 동반자로"… 공존 모색하는 현장
김윤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 저작권법 안에서 AI를 활용한 예술을 해결할 수 있는 체계 자체가 없다"며 "자기 예술 작품을 데이터로 허용한 작가에게 경제적·비경제적 보상이나 후속 사업 선정 시 우선권을 주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국립극장 등 국립기관이 먼저 솔선수범해 아카이브를 AI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개방성과 재가공성을 유도해야 한다"며 "전통적인 예술대학 커리큘럼이 AI 시대에도 유지되고 있는데, 기술보다 AI 리터러시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제도적 과제와 함께 현장에서는 AI를 창작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활발하다. 서울문화재단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 45.7%가 'AI 관련 전시·공연을 보고 싶다'고 답했고, 관람료 지불 의향도 35.9%에 달했다. AI 시대 새로운 형태의 예술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이 확인된 것이다.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의 연출과 제작을 맡아 할리우드 공략에 성공한 국내 컴퓨터그래픽(CG) 1세대 전문가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는 "영화를 비롯한 영상 산업의 본격적인 AI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서도 경계와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AI 사용 방식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신뢰의 출발점"이라며 "AI는 창의성을 확장하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형식을 완성한다면 인간은 의미를 완성하고, 두 축이 균형을 이룰 때 AI 시대의 K-컬처는 산업을 넘어 예술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