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주·촉박한 공기 등 공공공사 구조적 결함 도마 위
"이윤 적고 안전 리스크 있어도 자금흐름 등 위해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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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설경기 침체 이후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공공 발주 물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부동산 활황기 건설사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꼽히던 도시정비사업 등 민간 사업이 고금리·공사비 상승·미분양 등으로 사업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공공공사는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공사비 미지급 등 위험 요인이 적어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다. 공공공사 대부분이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를 적용받으면서, 업체 간 '저가 경쟁'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2016년 초부터 최저가 낙찰제를 없애고 300억원 이상인 국가 및 공공기관 발주공사를 대상으로 공사수행 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평가해 종합점수가 가장 높은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낙찰률이 수주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낙찰률이 낮은 공사일수록 안전관리나 품질 확보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공공공사 95곳 중 74곳(77.9%)이 낙찰률 90% 미만의 저가 공사 현장이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수익성을 보고 관급공사를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밑지는 공사를 하지 않으려면 결국 하도급 단가를 깎거나 인력 투입을 줄이는 방식으로 맞출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빡빡한 공기도 걸림돌이다. 세금이 투입되는 관급공사 특성상 발주처는 최소한의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준공은 최대한 빠르게 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현장의 부담을 높이고 안전사고 가능성을 키운다는 의견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공공공사를 포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큰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정비사업 시장이 시공능력평가 상위 대형 건설사로 재편되는 추세여서다. 반면 중견·중소 건설사는 소규모 재건축이나 가로주택사업에 한정돼 있다. 결국 자금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공공사 매출이 불가피한 셈이다.
HJ중공업도 지난해 건설 부문에서 약 3조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따냈는데, 이 중 1조3000억원의 공공공사를 따내며 공공시장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같은 기간 정비사업 수주액(8000억원)보다 약 1.6배 많았다. 하지만 회사는 이번 사고로 인해 건설부문 전 현장의 공사를 전면 중단한 데 따라 약 1조345억원 규모의 현장 가동을 멈췄다. 향후 공공공사 입찰 제한 가능성, 복구 비용 추가 지출 등 리스크를 지게 됐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 부문이 막히니 공공 물량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계륵' 같은 존재가 됐다"며 "공공공사 수주를 포기하면 실적이 줄고 자금흐름이 막히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등 회사의 사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지난 3월 공공공사비에 물가인상분 반영을 현실화하는 내용을 담은 '총사업비 관리지침' 등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침체 속 공공공사에 기대야 하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사업 구조와 저가 수주 및 공기 압박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